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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있어 전문인을 양성한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미국 필라델피아)
미국 동부 중간 지점에서부터 대서양 해변을 따라 북상하면, 워싱턴, 필라델피아, 뉴욕, 보스턴으로 이어지는 동북회랑 (Northeast Corridor) 도시들이 나온다. 이제는 태평양 시대가 열리면서, 미 동북부 지역의 중요성이 조금씩이나마 후퇴할 만 한데, 이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과거를 담은 도시일 뿐 아니라, 여전히 정치, 경제, 교육에 있어 미국 뿐 아니라 세계의 중심부라고 과히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지역으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사계절이 또렸한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지진, 허리케인, 토네이도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이 도시들 중 필라델피아는 미국이 독립할 당시의 수도로서 원조 13개 주의 중심부에 서 있었고, 독립 선언문과 헌법이 쓰여졌던 역사적 현장이었다. 필라델피아가 속해 있는 펜실베니아 주는 종파의 자유를 선포한 윌리엄 펜(William Penn)의 땅이었기에 그 위에 오늘까지도 여전히 문명의 편의를 거부하는 평화주의자 아미쉬(Amish) 신앙 공동체의 광활한 농경마을이 세워져 있고, 독일계 개혁주의자(German Reformed)들의 신앙과 일의 터전이 되었고, 특히 서쪽의 피츠버그 근교와 동쪽의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많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장로교인들이 자리잡게 되었다.
1929년에 이르러 대표적인 장로교 교육 기관이었던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성경의 권위를 침식시켜가는 근대주의적 정신과 맞서 외로운 싸움을 해 왔던 J. 그레솀 메이천(J. Gresham Machen)과 몇 명의 젊은 신학자들이 필라델피아를 거점으로 삼아 알렉산더(Archibald Alexander), 핫지(Charles Hodge), 워필드(B. B. Warfield)의 구 프린스턴(the Old Princeton)의 신학을 이은 정통 개혁주의 신학 운동을 전개해 나가게 된다. 오래 전부터 장로교의 뿌리가 깊이 내려진 필라델피아 지역을 택한 것은 우연한 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그 때 필라델피아 특유의 로우 하우스(연립주택처럼 여러 채의 집들이 옆으로 붙어있는 형태)가 밀집된 도시 중심에, 작은 집 공간을 임대하여 시작된 것이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였다. 프린스턴의 넉넉하고 아름다운 캠퍼스와 고풍이 감도는 건물들에 비하면 얼마나 초라하게 느껴졌을까 상상이 간다.
현재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캠퍼스는 필라델피아 근교에 위치한 글렌사이드(Glenside)란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700명에 육박하는 재학생(풀타임과 파트타임이 반 정도씩 나뉜다)이 수업하는 공간으로는 조금 부족한 듯한 15 에이커의 아담한 캠퍼스는 꽃이 만발한 봄의 화창함과 가을 단풍의 깊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하지만 다른 주요 신학교들과 비교해서 시설 면에서는 여전히 두드러지지 못한다. 비록 장로교적 성격이 뚜렸하고, 신학교의 이름 자체가 대변하듯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 소요리문답의 내용을 철저히 따르는 입장이지만, 설립 당시부터 교단과는 독립된 신학교로 운영되어 왔기에 전적으로 학비와 개인적인 후원자들에게 의존하는 터라 재정적인 풍요로움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탁월한 재정능력에 의한 쾌적한 시설, 현대적인 기숙사 등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적 환경은 미비할 수 밖에 없다. 항상 어렵다는 말이 빈번하지만, 지난 85년 동안 이만큼 학교가 발전되어 온 것은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분명히 외형적으로는 대단치 않아 보이는 이 학교가 지난 날 한국 교회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는 이 학교를 거쳐가신 분들의 이름을 나열해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박사요 한국의 예레미야라고 불리는 김치선 목사가 1931년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교정에 첫 발을 디딘 이후, 박윤선, 명신홍, 한철하, 손봉호, 김의환, 김명혁, 최낙재, 이종윤, 옥한흠 등 한국 교회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이 신학교를 통하여 신학자로, 목회자로, 영적 지도자로 발돋음 하였다.
오늘도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로 미국 전역과 캐나다, 그리고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과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 실력있는 학생들이 어려운 입학 조건을 뚧고 애써 진학하고 있다. 캠퍼스의 분위기는 학구적이고, 학업 외에는 다른데 신경을 쓸 수 없는 분위기의 연속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특징은 하드웨어 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교수진과 일관성을 추구하는 신학교육 프로그램으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와 수업 내용인 컨텐츠에 있다. 당연히 추구해야 할 것이지만, 실제는 성취하기 어려운 신학과 경건(theology and piety)의 조화라던지, 정통성과 학문성(orthodoxy and scholarship)의 조합이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도 웨스트민스터처럼 성경의 절대적 권위에 기초를 두면서도 학구적인 창의성을 동시에 강조하며 여러 분야에서 Ph.D.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교육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학교를 찾는 이유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가 가진 브랜드의 정통 개혁주의 신학이며, 그들은 이 신학적 기풍에 젖어들며, 잘 통합된 신학적 시스템 안에서 성경적이며 논리적인 신학을 수학하는 기쁨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웨스트민스터의 신학적 브랜드는 무엇인가? 우선은 성경 자체에 대한 집요한 강조이다. 예나 지금이나 웨스트민스터의 모토는 “성경에 있어 전문인을 양성한다 (producing specialists in the Bible)”는 것이다. 한마디로 웨스트민스터의 신학은 성경적 신학이다. 변증학의 출발점도 성경에 근거한 개혁주의 신앙고백을 기독교 신본주의적 진리체계로 전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원조 교수 중 한분인 밴틸(Cornelius Van Til) 박사가 주창한 “전제주의적 변증학”(presuppositional apologetics)이라는 것이다. 조직신학도 철학적 사색이나 인간의 경험을 연구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집요한 성경 주해 작업의 연속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런 신학 작업을 “주해신학과 조직신학의 접목”이라고 말하곤 한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찾는 상담학도 성경적 상담학(Biblical Counseling)이라고 부른다. 즉 사회과학의 공헌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그것보다는 우선으로 성경이 말하고 있는 인죄론과 구원론에 훨씬 많은 비중을 두고 목회적 상담에 임한다는 것이다. 성경 해석학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비평적 방법론에 기초하기 보다는 성경이 성경 자체에 대해서 증거하고자 하는 구속사적 자기의식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밖에서부터 성경을 읽기 보다는 안에서부터 성경의 자증(self-testimony)에 관심을 갖는 방법을 구속사적 성경해석(redemptive-historical hermeneutics)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로 웨스트민스터 신학의 브랜드는 신학적 창의성이다. 소위 보수주의 신학교가 창의성을 강조한다는 것이 의외로 여겨질지 모르나, 분명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역사가 증명하는 것은 신학에 대한 창의적 접근이다. 이것은 밴틸의 전제주의의 독창성이나, 여러 성경 신학자들이 성경의 언약 문서적 구조를 고대 문헌과 비교하며 파헤쳐 갔던 것이나, 포이뜨레스(Vern Poythress)의 심포니 신학(Symphonic Theology) 또는 다관점 신학(multi-perspectival theology)에서 볼 수 있고, 클라우니(Edmund Clowney)의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구속사적 설교”(redemptive-historical preaching), 제이 아담스(Jay Adams)가 출발점이 되었지만 탁월하고 학구적인 그의 후예들이 꽃피운 “내적변화 상담”(Nouthetic Counseling)으로 “행동주의적” 심리학과 맞섰던 일들, 그리고 개혁주의적 문화회복 사상을 행동으로 옮긴 하비 칸(Harvie Conn, 한국명 간하배)과 팀 켈러(Tim Keller)의 “도시선교”(Urban Mission) 운동 등이 이 신학교가 지금까지 성취한 창의적 신학작업의 열매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신학교의 역사를 보면 때에 따라 추의 움직임이 더 창의적인 방향으로 또는 더 신중성을 기하는 방향으로 치우친 때가 있지만, 분명 웨스트민스터 적인 정통성은 꽉 막힌, 불통의 보수주의 신학은 아니었음을 감지해야 한다. 하비 칸은 그의 글 중에서 보수주의와 개혁주의를 철저하게 구분하면서 많은 교회들이 비록 칼빈주의라는 명칭은 사용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혁주의 보다는 수구주의, 보수주의에 빠져 복음의 생명력보다는 형식주의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을 아끼지 않은 적도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는 최근에 내부적으로 성경관과 성경 해석에 관한 신학 논쟁을 치열하게 전개해 왔다. 하지만, 이것도 이 신학교가 지나온 역사적 과정에서 충분히 수용할 만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웨스트민스터가 강조해 온 전제주의적 신학과 학문적 창의성은 지속적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검증함으로 이 학교의 신학적 통전성을 지탱해 왔기에 아마도 이와 같은 작용은 추의 움직임이 한 쪽에 멈추지 않는 것과 같이 역동적인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라고 본다.
이제 웨스트민스터에서 수학하기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이 학교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유학생들이 입학허가를 받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비교적 높은 토플(TOEFL) 점수를 입학조건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에서 Th.M.과정을 제외한 석사 과정(MA Counseling, MAR, M. Div.)에 입학하려면 기본적으로 IBT 88점 또는 PBT 570점이 요구된다. 그런데 최근에 파이로팅 단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MTE (Mastering Theological English)란 과정인데, 이것은 학위과정은 아니고 토플 점수가 부족한 지원자들이 학위과정으로 들어가는 것을 돕기 위하여 만든 관문이라고 보면 된다. 이 프로그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최소 IBT 68점이 요구되며, 이 프로그램은 여름에 9주간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을 마치게 되는 시점에서 입학 자격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이 시험에 합격하면 MAC, MAR, M.Div. 과정에 토플을 다시 보지 않고도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이미 파이로팅 단계에서 시범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 이 과정을 이수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매년 5월1일까지 MTE과정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반 과정으로 MA Counseling은 풀타임으로 2년에 마칠 수 있고, 총 56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한 가지 특징은 직장인이나 낮에 사역하는 분들을 위하여 상담학의 경우 대부분의 수업이 저녁 시간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특징이 성경 원어 공부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 과정은 뜻밖에도 원어 수업을 요구하지 않는다.
MAR과정은 좀 더 보편적인 과정인 M.Div.에서 실천신학 부분을 제외하고 신학과 성경해석을 공부하는데 주력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이 과정에서는 세 가지 전공 분야를 선정할 수 있는데, 일반(General), 신학(Theology), 성경(Biblical Studies) 등이다. 빠르면 2년, 일반적으로 3년에 마치는 과정이며, 총 74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성경 원어가 빠질 수 없는 학업 내용이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찾는 M.Div. 과정 역시 세 가지 전공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일반(General), 상담학(Counseling), 목회(Pastoral). 이 과정은 빠르면 3년 (여름, 겨울학기 포함), 조금 여유있게 가려면 4년 풀타임으로 커리컬럼을 마칠 수 있다. 총 111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과정이며, 목회자로 훈련 받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신학연구 과정이다.
Th.M. 과정은 신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목회자를 위해, 또는 박사과정으로 진학하기를 준비하는 예비 신학자들을 위해 준비된 과정이다. 웨스트민스터에서는 다섯 가지 전공 분야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그것은 교회사, 변증학, 조직신학, 신약, 구약 등이다. 일단 입학 조건을 살펴보면 토플은 IBT 100점 또는 PBT 600점을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앞서 마친 석사 과정에서 3.3평점(B+)을 유지한 경우 입학이 가능하며, 반드시 성경 원어를 수학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Th.M. 프로그램은 보통 3년 정도 걸린다고 볼 수 있는데, 코스워크는 총 6과목(한 학기 풀타임은 2~3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이어 신학 연구에 도움이 되는 현대 언어 (독어, 불어, 혹은 논문 주제에 따라 라틴어도 포함) 한 가지를 선택하여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 이후 담당 교수와 합의하여 결정된 주제에 따라 논문을 작성하는 것을 끝으로 졸업할 수 있다. 최근에 여름과 겨울에 집중강의(코스 당 한 주간)를 통하여 코스워크를 마칠 수 있는 방법이 새로 시작되었는데, 이것을 Modular Th.M.이라고 부른다. 다른 지역에서 사역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당연히 학교에 상주하는 경우보다는 프로그램 기간이 일 년 이상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Ph.D. 과정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신학 또는 성경 학자와 교수로 연구하며 지도자를 교육하는 일에 헌신하고자 하는 자들을 준비시키는 것이고, 아울러 깊은 배움을 지닌 목회자(learned pastor)를 양성하여 신학과 목회의 학구적인 접목을 이루는데 공헌하도록 돕는 것도 이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것이다. 박사 과정는 크게 두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우선은 역사 및 신학 분야 (Historical and Theological Studies)이고 다음은 해석학 및 성경해석 분야 (Hermeneutical & Biblical Interpretation)이다. 입학 조건은 Th.M.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토플 IBT 100점 또는 PBT 600점을 요구하고, 석사 과정에서 평점 3.8 (A-)를 유지한 기록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박사과정 입학의 경우 지원자가 쓴 소연구논문을 샘플로 제출하여 아카데믹 리서치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점검 받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Th.M.과정을 마치고 Ph.D.에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Th.M. 과정 이수가 Ph.D. 과정 입학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Ph,D. 과정은 역사와 신학 분야와 해석학 및 성경해석 분야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역사와 신학 분야의 경우 12개의 코스워크가 요구되는데 (Th.M. 과정을 이수한 경우 6개만 추가로 이수하면 된다), 이 중 2개는 웨스트민스터가 아닌 타 신학교 또는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에 준한 코스워크를 마쳐야 한다. 이것을 external requirement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통해서라도 신학 작업을 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접하는 것이 차후에 상당한 유익이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코스워크를 마친 후에는 종합시험을 보는데, 조직신학, 교회사, 변증학 중 자신의 집중하는 전공분야 시험을 하루 치루고, 이어 다음 날 남은 두 분야 시험을 오전 오후로 나눠서 치루게 된다. 박사과정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논문은 프로포절 단계가 끝난 후에 제1 주임교수와 제2 주임교수 등 두 교수의 지도를 받게 되고, 논문의 파이널 드래프트가 완성되면 반드시 웨스트민스터 밖에 있으며 논문이 다루고 있는 분야에 저명한 학자로부터 외부인 평가를 받아야 하고 결과적으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가끔은 관점의 차이로 외부 평가의 결과가 저조한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신학적 견해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라고 인정될 경우, 그대로 논문이 크게 수정되지 않고도 통과되는 경우가 있지만, 보편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 한 가지 빠질 수 없는 것은 현대 언어 시험을 통과하는 일인데, 2개의 언어가 요구되며, Th.M. 과정에서 한개의 언어 시험을 통과한 경우 다른 한 개의 언어만 추가하면 된다.
해석학 및 성경해석 분야인 경우, 차이는 코스워크가 15개로 늘어난다는 것과 외부 학교에서 수학해야 하는 규정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종합시험의 경우 세 분야의 구분이 구약, 신약, 해석학으로 먼저의 경우와 같이 한 개의 전공과 두 개의 부전공 시험을 치뤄야 한다.
마지막으로,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D.Min.의 경우 현재는 두 가지 분야 만 제공되고 있는데, 목회 분야 (Pastoral Ministry)와 성경적 상담 분야 (Biblical Counseling)이다. 4개의 집중 수업(Module)을 여름학기(8월 중)에 듣게 되는데, 그 이후 논문은 구체적으로 목회 또는 상담에 적용과 사용이 가능한 프로젝트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프로젝트 구상에 대해서는 당연히 담당 교수의 지도를 구체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목회자 자신이 직접 경험하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민법 규정상 D.Min. 프로그램의 경우 현지에 지속적으로 채류할 수 있는 학생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프로그램 마다 다르게 책정되어 있는 학비는 미국 내의 비교할 만한 다른 신학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M.Div./MAR/MAC의 경우 학점 당 미화 $475이고, Th.M./Ph.D.의 경우 코스워크 당 미화 $2,900이다. 대부분의 기독교 계열 학교가 겪고 있는 재정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유학생의 경우 거의 100%의 학생들이 장학금 혜택를 받고 있고, 경우에 따라 학비가 전액 면제되는 장학생도 적지 않다. 장학금 결정은 전적으로 학교 내의 장학위원회(Scholarship Committee)에서 하며, 자격 여부나 수여 액수는 여러 가지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입학에 대한 문의는 Admission Director인 Jonathan Brack (jbrack@wts.edu)에게 하면 되고, 한국어로 문의할 경우 한인 동문과 대외 관계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권혁민 목사 (hkwon@wts.edu)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각 분야에 대표적인 현직 교수들을 잠시 소개하자면, 조직신학에서는 머레이(John Murray), 개핀(Richard Gaffin)의 선상에서 주해적 조직신학을 추구하는 젊고 따뜻한 학자 팁턴(Lane Tipton) 교수가 있는데 특히 성실하게 준비한 강의안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고, 한때 암 투병까지 하셨고 지금은 은퇴 교수이신 개핀 교수도 아직은 건재하여 매 학기 한 과목 정도 분량의 강의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변증학에는 문화 비평가요 역시 마음이 따뜻한 신학자인 에드가(Bill Edgar) 교수가 최근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목회적 접목이 쉬운 좋은 책들을 출판하고 있다. 역사신학에는 단연 투르맨(Carl Trueman) 교수를 들 수 있는데, 칼빈 신학교의 리차드 뮬러와 함께 이 시대 가장 두드러진 종교개혁사상의 연구가로 인정 받고 있다. 성경 해석학에는 아직 포이뜨레스(Vern Poythress) 교수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이 분은 신학자이면서 동시에 수학 분야의 최고학력 소지자로 해석학 뿐 아니라, 현 시대에 너무 필요한 과학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의 이해에 큰 도움을 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Redeeming Science”는 이 분야에서의 명작이다. 신약 분야에는 시카고의 휘튼 대학에서 가르치던 비엘(Greg Beale) 교수가 몇 년 전에 시니어 교수로 부임해 왔고, 구약 분야는 적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까지 자리를 지켰던 그린(Doug Green) 교수가 은퇴를 하면서, 그동안 그로브시티 대학에서 가르치며 활발하게 논문 발표와 저작 활동을 했던 두깃(Ian Duguid) 박사가 시니어 교수로 새롭게 영입되어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천신학 분야는 성경적 상담학의 대표주자인 웰치(Ed Welch) 교수와 파오리슨(David Powlison) 교수가 자리하고 있고, 위트머(Tim Witmer) 교수가 목회학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는 80년대 말부터 한국인 유학생 및 이민자들의 수가 급증하여 매년 100~120명 정도의 한국인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2000년도 이후부터의 동향은 유학생의 숫자는 조금 줄어들고, 미주 영어권 한인 학생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 대체적으로 영어권 한인들의 신학교 진학률이 많이 줄어드는 것에 비해, 웨스트민스터는 지속적으로 상당수의 영어권 학생들이 수학하고 있고, 한인학생회의 채플도 영어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미주 이민 교회나 영어권 사역을 생각할 때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라건데,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교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왔던 웨스트민스터 신학교가 멈추지 않고 한국의 미래 신학자와 목회자를 키워내는 일에 일조하며, 앞으로 더욱 성경적이며 창의적인 신학, 현장에 깊이 파고드는 신학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데 앞장서게 되기를 꿈꾸어 본다. 하비 칸 교수의 저서 제목처럼 “영원한 말씀과 변천하는 세상 (Eternal Word and Changing Worlds),” 이 두 가지를 균형있게 소화하고 있기에 설득력 있는 복음 제시에 탁월할 수 있는 기독교 지성인, 신학자, 목회자가 많이 배출되어 너무나 급격하게 “후기독교 사회(post-Christian society)”로 접어들어 버린 이 시대 속에 힘들어 하는 한국 교회에 새로운 에너지와 복음의 확산력을 불어 넣어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박성일 목사,
필라델피아 기쁨의 교회 담임,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변증학 겸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