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교회가 잘 아는 정민영 선교사님이 최근에 기고한 글의 제목입니다. 지난 주일에 나눴던 메세지와 연결되는 듯 하여 아래 내용을 옮겨 왔습니다. 파워 엔카운터(power encounter) 보다는 진리 엔카운터(truth encounter)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지난 주에 나눴던 말씀의 내용 처럼 사탄을 힘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악으로 규정하는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러므로 내가 어떤 힘을 부여 받아서 사탄을 대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치우치기 보다는 절대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내가 약할 때 강하신 하나님), 그리고 내가 "시험에 들지 않고, 악에서 구함 받기"위하여 끊임 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것과 맥락이 같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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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독교방송을 통해 한 선교 신학자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오늘날의 선교계는 영적 전투를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경적 가르침과 무관하게 사람들이 정한 대상과 방법대로 허공을 치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선교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른바 '땅 밟기'나 '영적 지도'(spiritual mapping)가 그 대표적 사례다. 땅을 밟거나 지역을 영적으로 묶는다(또는 푼다)는 개념은 성경적이라기보다 무속적 개념으로 영적인 일을 물리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잘못이다.
하나님은 영이시므로 영과 진리로 예배하면 되지 특정 장소에서 예배 드려야 하는 게 아니듯(요 4:24), 마귀 또한 영적 존재이므로 특정 지역에 매이거나(지역영 개념) 그 지역을 봉쇄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러기에 최후의 만찬이 진행되는 자리까지 사탄이 틈입하여 예수님의 면전에서 유다를 넘어뜨린 게 아니겠는가? 유다가 자기 마음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지 예수님과 제자들이 사전에 다락방 주변을 돌며 땅 밟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 터이다.
필자는 땅을 밟든 지역을 탐방하든 세계 선교의 남은 과업 완수를 위해 중보하는 일은 어떤 형태로든 고무하고 싶다. 땅을 밟는 행위가 아니라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든지 아무렇게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성경이 명하는 바를 성경의 방법대로 실천해야 한다. 앞에 거론한 땅 밟기, 지역영, 영적 지도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복음주의 선교계가 신학적 고찰을 통해 그 허실을 상당 부분 규명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연구와 학습의 과정을 생략한 채 일단 저지르고 보는 행동주의적 관행, 그리고 세계교회와 손잡고 일하기보다 뭐든지 우리 식으로 해보려는 안하무인식 만용이 선교적 파행을 유발한다.
'능력 대결'(power encounter)이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 마치 마귀가 힘이 강해져서 자칫하면 하나님이 밀릴 듯하니 우리가 열심히 싸워서 도와드리자는 식의 거짓 위기감과 빗나간 신학으로 선교를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 대결보다는 앤더슨(Neil T. Anderson)같은 신학자들이 주장하는 진리 대결(truth encounter) 개념이 성경적이다. 근본적으로 마귀는 거짓의 영이고 하나님은 진리 자체이시므로, 영적 전쟁이란 하나님과 마귀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진리와 비진리의 충돌인 셈이다.
소위 '제3의 물결'이나 다양한 신비주의 운동이 초래한 마귀론과 귀신론은 마귀·귀신의 힘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문제와 더불어 진리의 표준자인 하나님의 말씀보다 사람의 주관적 경험을 의지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거짓의 영인 마귀·귀신의 말이나 행위, 그에 수반되는 현상에 근거해 이론을 정립하고 의존하는 경험주의는 진리의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 사역에 도리어 해악을 끼치는 오류이다. 계몽주의적·이성적 혼합주의를 피하려다 무속적·신비적인 혼합주의에 빠지는 것은 귀신 하나를 쫓아내고 일곱 귀신을 맞는 격이다. 한국 교회는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딤전 4:7)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사탄은 사람을 하나님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충성하도록 회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속임수를 사용한다. 이것은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교회를 포함한 제도화된 형태의 모든 종교 및 이데올로기의 충성에도 해당된다. … 우리는 전통적 종교들이나 새로운 종교운동들과 같은 비 기독교적 믿음들과의 혼합을 피하도록 조심할 것을 요청한다. … 우리는 기독교 용어들의 주술적 사용에 관한 식별을 요청하며 사역자들이 영적 씨름을 기독교 마술로 오용하는 것을 피하도록 경고한다. 영적 씨름에 있어서 특정 기술이나 방법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언질은 하나님의 사역에 대한 주술적이고 빗나간 해석이다."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 전략회의 중에서)
정민영 / 국제 위클리프 선임 부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