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문(3): 총회 [3]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05-05-19 16:48:49    조회: 4,266회    댓글: 3
총회가 열리고 있는 필라델피아 공항 근처에 있는 르네상스 호텔에서
글을 올립니다. 목사가 된지 어느덧 13년이 된 저로써 교단총회는
매년 당연히 열리는 장시간의 회의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지지만
아마도 이글을 읽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개념인지
모르겠습니다. 로칼교회 하나도 복잡하다면 복잡한데 총회까지
필요한가하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장로교 교회정치/
행정에 있어서는 참 중요한 모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로교회에서는
각 교회마다 당회라는 치리기관을 두고 있습니다. 교회의 영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성경과 신앙고백을 기준하여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여
결의하는 기관입니다. 그리고 지역의 교회들의 묶음으로 노회가
조직되어 있고 각 노회 역시 지역교회들의 연합적인 치리기관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노회들의 묶음이 바로 총회입니다.
총회는 각 노회에서 올라온 헌의, 소원 (overture, petition) 등을 다루는
것이 가장 중요한 내용입니다. 일반적으로 당회는 한달에 한번 만나고
노회는 6개월에 한번 만납니다. 그런데 총회는 일년에 한번 만나고
있습니다.

이번 총회에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정한 지역 교회가
분리되는 결과로 서로 법정에서 재산 문제로 소송을 걸어논 경우,
그래서 노회에서 치리한 경우 (예를 들면 일정한 목사를 파면시킨
경우) 등 . . . 총회에 상소하기 위하여 찾아오신 파면되신 원로급
목사님의 간절한 호소, 그러나 법적으로 질서있게 처리하기 위하여
가슴아픈 결의를 하는 경우. 아마 이런 모습들을 보시면 과연 교회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참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실지 모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든 인간은 여전히 죄성을 갖고 있고 누군가에 의하여
check and balance를 받지 못하면 크게 부패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수의 크리스챤 지도자들이 모여서 함께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는 것은 참 중요한 check and balance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
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총회가 하는 중요한 일은 목사 후보생들을 고시하여 자격
여부를 따지는 것입니다. 올해도 40여명의 목사 후보생들이 시험을
치뤘고 대부분 합격했습니다. 저희 교회 김용노 전도사님도 3일에
걸친 시험을 잘 마치고 합격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저는 제가 소속되어 있는 교단의 순수하지
못한 어느 부분에 대하여 몹시 마음 아파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기에는 역부족인 구조적인 문제, 또 몇 분 어른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물론 그분들의 신앙적 양심과 파격적인 헌신의 삶을
인정하기 때문에 먼저 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살펴보려하고 있지만
마음 아픈 것은 여전히 아프다고 말씀드릴 수 밖엔 없습니다.

어느 어르신께서 저에게 오늘 조용히 말씀하시더군요. 당신이 아직 이
교단에 남아 있는 것을 참 고맙게 생각하신다구요. 너무 황송한
말씀이지요. 그러나 그 말씀의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어느 교단이 완전한 순수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아픈 가슴을 쓰다듬으며 또 몇 일동안 나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게 되겠지요.

오늘 밤도 잠이 잘 올것 같지 않습니다.

총회 회무는 오늘 밤 12시쯤 되면 마칠 것 같습니다.

샬롬!
 

댓글목록

작성자:     작성일시:

  박목사님...총회문제로 잠이 오지 않는다니...나는 참 문제가 많은 목사인가 봅니다. ^^

작성자:     작성일시:

  아니요, 목사님. 그날 밤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 잘 잤습니다.

작성자:     작성일시:

  박목사님 !
제자교회 이정철입니다.
저도 교단은 다르지만 총회에 인사차 다녀왔습니다.

우리 목사들이 너무 교인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박목사님처럼 가슴 아파하는 동역자가 함께 있다는 것이 고맙습니다.

특별히 글 가운데 가슴에 와 닿는 말이 좋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든 인간은 여전히 죄성을 갖고 있고 누군가에 의하여 check and balance를 받지 못하면 크게 부패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를 외치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