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uit of Happiness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07-02-15 10:15:44    조회: 3,564회    댓글: 0
어제는 분명 큰 눈을 예상치는 않았는데,
맨살에 떨어지면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얼음비가 쏟아지는 것은 전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아주 촘촘하게 오전 계획이 있었는데 (새벽기도, 동아일보사 예배설교, 시찰회 모임, 등) 집에서 전화기만 붙들고 한시간을 보낸 후, 갑자기 특별히 할 일이 없어진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은 휴교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만일 내일도 눈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다면 6-day weekend가 된다는 계산을 빨리 하더군요. 원래 금/월은 Presidents Day로 휴일이었다나요.

한가한 마음이 생기면 즐겨 하는 것이 요리입니다. 특별히 레시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냉장고를 열고 이리 저리 살펴 보다가 이것 저것을 꺼내서 씻고, 자르고, 지지고, 볶고 하는 것이지요. 구입해야 할 재료를 먼저 준비해서 하는 요리하고는 전혀 다른, 뭐든지 있는 것을 토대로 해서 먹을만한 것을 만들어 내는 그런 식입니다. 순발력과 상상력, 그리고 적지 않은 창의력 같은 것이 필요한 작업인지도 모르지요. 중,고등학생 때 부터 혼자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할 때가 많았는데, 아마 그때부터 쌓여 생긴 버릇이 아닌가 합니다.

어제 아점(brunch)는 그렇게 가족이 둘러 앉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뭘 했냐구요? 감자, 케롯, 양파를 기초로 꼬추장을 풀어 만드는 찌게 같은 것이었지요. (찌게 "같다는" 말은, 큼직한 국냄비에 한가득 만들었으니, 찌게라기는 좀 그렇고, 국이라기는 역시 아닌,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만일 마지막에 두부를 넣지 않았다면 국이었을 것이고, 넣었다면 찌게가 되는, 뭐 그런 원리도 조금 적용할 수 있구요.) 원래는 감자찜을 할까 했는데, 아무래도 가족이 함께 먹는 영양식을 위해서 재료를 확대한 것이지요. 

최근에 나온 영화 중에 "Pursuit of Happiness"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Will Smith가 주인공으로 멋진 연기를 보여 주는 영화입니다. 저는 끝 부분만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은 5살 난 아들과 어렵게 삶을 이어가는 인물입니다. Homeless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를 보여주고, 열심이 없어서도 아니고, 실력이 아주 없어서도 아니고, 또 신앙이 없어서도 아닌, 단 생각지 않았던 상황의 전개로 태산같은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살 길이 있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영화 끝 장면에 주인공은 드디어 노력과 노력을 통해 정식 직장에 취직을 통고 받는 내용이 나옵니다. 주인공의 얼굴 연기가 정말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어쨋든, 대사가 나옵니다. 바로 이 순간, 난 행복을 느낀다고 . . . .

큰 행복, 작은 행복을 논합니다. 그러나 행복은 그 순간의 전율 처럼 흐르는 감동이기에 크고 작다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감사와 감격, 꽉 막힌 세상을 등지고 광활한 세상의 찬란함을 충격으로 느끼는 순간일 것입니다.

아이들이 파자마를 입은채로 작은 식탁에 둘러앉아 내가 만든 찌게같지 않은 찌게를 열심히 먹어주는 그 순간, 나에게도 행복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하아얀 눈 덮힌 벌판이 햇살에 빛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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