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을 다 겪은 다윗이 이스라엘의 역사와 자신의 인생사를 뒤돌아 보면서 고백하는 말입니다. "그 때에 하나님이 우리 편에 계시지 아니하셨더라면 . . ." 생각하기도 싫은 가능성입니다. An unthinkable possibility! "우리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의 이름에 있도다!" 하나님은 항상 그와 함께 하셨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항상 그 분의 임재를 명확하게 알리지는 않으시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환란과 고난의 시기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던 것을 우리는 인정하게 됩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함께 하지 않으셨더라면, 아마도 우리는 지금 믿음을 지키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종교적 영웅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외면하시더라도 난 그를 끝까지 믿겠다"는 식의 종교심은 인간을 영웅으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가끔 우리는 엄청난 시련 가운데서도 믿음을 지켰던 사람들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신앙을 영웅시합니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욥의 시련 뒤에도 하나님의 불꽃같은 눈동자가 그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 없이 우리는 견디지 못합니다. 하나님의 성령께서 우리와 동행하셔야 우리는 신실한 고백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버릴려고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무엇을 내가 터득했을 때, 내가 신비한 무엇을 보았을 때, 내가 어떤 큰 능력을 받았을 때, 내 안에 어떤 영적 내공이 쌓였을 때 난 믿음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오해입니다. 끝까지 우리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외쳐야 합니다. 이것이 참된 개혁신앙의 진수입니다.
얼마 전에 한 교회에서 은퇴 장로님을 축하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장로님께 나오셔서 "한 마디"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한참 망설이던 그 분께서 앞에 나오셔서 정말 "한 마디" 하셨습니다. "하나님께 죄송한 것 뿐입니다." 그리고는 묵묵히 자리로 돌아가셨습니다. 전 그 순간 언젠가 저의 은퇴 소감이 바로 이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 . . 부끄럽기 한이 없지만, "그 때 여호와께서 우리 편에 계시지 아니하셨더라면 우리가 어떻게 하였으랴?"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의 허물을 감추시고, 나의 연약함을 대신 지어 주시고, 나의 실패를 덮어 주신 하나님 . . . 주님께서 우리 편에 계신 것 그 이상으로 더 필요한 것도 중요한 것도 없습니다.
종교적 영웅심을 피하는 길이 바로 참된 성화의 길일 것입니다. 누군가 "내가 이런 체험을 했더니 . . ." 또는 "내가 이런 것을 보았더니 . . . 내 신앙이 절대적으로 변했다"는 식의 간증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성자는 영웅전을 남기지 않습니다. 오직 참회록을 남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