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러고도 살수 있을까? (퍼온 글) [1]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02-11-26 13:39:01    조회: 3,014회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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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고도 살수 있을까?
저러고도 정말 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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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제홈을 소개했다는 싸이트에 가봤는데
소개하신분이 저런 생각을 했다고 쓰신 걸 봤습니다.
그리고 간혹 아주 솔직한 표현을 쓴 메일에서, 너무나 순수한 아이들의 글에서
자기 같았으면 벌써 자살했을꺼라는 말을 보게됩니다...

조금은 기분 언짢아지는 말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그러셨는지.. 아마 표현이 서투르신 거겠지..
생각하다가도 좋지않은 기분을 남기는것이 사실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제 홈에 들어와서
제 글과 사진을 보면서... 그런 비슷한 생각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저역시 이전에는 그런맘을 가졌던 사람이었으니깐요...


저는 하나님의 은혜로 기억을 못하지만..
제 사고가 있기전 두달전에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화상환자에 대해 다룬 내용을 방송한적이 있었다고합니다
그날밤 엄마랑 같이 보면서..제가 울면서 그랬답니다.

"저러고 어떻게 살아.. 저건 사는게 아니다.."

중환자실에서 제가 그 방송을 기억하고 있을까봐 많이들 걱정하셨었는데
저는 지금도 그 방송에 대해선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기억했더라면 희망을 품기 보다는 절망부터 했겠지요.

아무튼.. 그때 그 방송을 보며 저도 여러분 같은 생각과 말을 했더랬지요.
그땐 그 상황이 제 상황이 아니었으니깐요. 제 일이 아니었으니깐요.
그 방송에 나왔던 자매는.. 인천호프집 화재로 화상을 심하게입은 자매였는데
저에게도 한달후 비슷한 사고가 있었고,
그자매가 입원해 있는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었습니다.

늘 엄마가 하시던 말씀이 '너는 OO이보다는 훨씬 괜찮아... '였는데.
때로는 그게 위로가 되기도 했었는데..
이식수술을 다 끝내고 몇개월후 물리치료실에서
그 자매를 아주 가까이서 만나게 되었었습니다.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울음이 나오려는걸 막 참았습니다.

저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은 모습이었거든요.
눈도, 목도, 손도 저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이었거든요.

역시나..나는 화상 1등임을 확인했지요...
멀쩡한 모습으로 그 자매를 봤을때 죽는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제가
그녀보다 더 심각한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든.. 저를 보고 그런생각 하시는 것.. 이해합니다.
어쩜 당연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제 삶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제 새 생명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값진것이었습니다.
두달간의 지옥같았던 화상치료실에서의 치료와,
고통중에 나도 모르게 지르는 내 비명소리에 마취가 깨는 수차례의 수술..
너무나 비싼값을 치른.. 삶이었습니다.

인생은 고해라고.. 그런 글을 쓴적이 있었습니다.
나를 너무 오래살게는 하지 말아달라고 한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삶은 그렇게 쉽게 버릴것도 포기할것도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눈을 감지못하고 자는 딸 옆에서 안타까움으로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던
엄마였지만.. 함께 숨쉬고 목소리 듣는것 만으로 감사하는 엄마가 있었기에..

엉망이 되어버린 딸이지만.. 밥도 혼자 먹지못하는...화장실도 혼자못가는 딸이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다시 아기 지선이를 키울때의 마음을, 경험을 하게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아빠가 있었기에..

사고는 우리의 잘못은 하나도 없었지만.. 같이 있을때 완전히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하나로 너무 힘들어 하던 오빠는, 그런 나의 오까는 병원에 누운 여전히 평안한 나를 보며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기에..

나보다 더 애닳은 마음으로 기도해주시는...가족들과 교회식구들과
이런 모습이지만 예전과 똑같이 대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내 달라진 모습을 비관하면서... 하나님 주신 새 삶은 그렇게 쉽게
버릴수 있는것이 아니었습니다.

짧아진 여덟개의 손가락으로 사람에게 손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되었고,
1인 10역을 해내는 온전히 남은 엄지손가락으로 생활하며, 글을 쓰며..
엄지손가락을 남겨주신 하나님께 감사했고,
눈썹이 없어 무엇이든 여과없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험하며.. 사람에게 이 작은 눈썹마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막대기 같아져버린 오른팔을 쓰며...왜 하나님이 관절이 모두 구부러지도록 만드셨는지.. 손이 귀까지 닿는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되었습니다.
온전치 못한 오른쪽 귀바퀴덕분에 귀바퀴란 것이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나님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 주신것인지 알게 되었고,
잠시였지만 다리에서 피부를 많이 떼어내 절뚝 절뚝 걸으면서
다리가 불편한 이들이 걷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것인지 느끼게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피부가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하였는지.. 껍데기일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피부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알게되었습니다.
그나마 남겨주신 피부들이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에 감사하며,
하나님이 우리의 몸을 얼마나 정교하고, 놀랍게 만드신것인지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감히 내 작은 고통중에..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통을 100만분의 일만큼 공감할수 있었고,
너무나 비천한 사람으로.. 때로는 죄인으로, 초라한 사람으로 대해지는
그 기분또한 공감할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고통마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 고통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남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가슴이 없었을테니깐요.

얼마전...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교통에 관련된 단어를 배우면서
교통사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거나 다리를 잃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럴꺼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라는 말을 선생님이 하셨고
모두들 거기에 동감했습니다.

저는 그럴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화도 났습니다.

식물인간으로 5년을 아무 반응도 없이 누워 계신 어머니를 하나님의 은혜로 극진히 간호하는 한 귀한 형제를 알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인지 알수없지만.. 함께 있을수 있음에.. 무언가 해드릴수 있음에
감사하는 그 형제의 고백..

그누구도.. 그 어떤 삶에도 '죽는게 낫다'라는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장애우들의 인생을 뿌리채 흔들어 밟는..
그런 생각은.. 그런 말은... 옳지 않습니다.
틀렸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

추운 겨울날 아무 희망없이 길에서 꼬구리고 누워 잠을 청하는 홈리스도,
평생 입이 아닌 목에 인공적으로 구멍을 뚫어 숨을 쉬어야 하는 사람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 자라나는 들풀도..
하나님이 생명을 허락하신 이상..
그의 생명은. 그의 삶은 충분히 귀중하고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할 삶입니다.

저러고도 살수 있을까?...

네.. 이러고도 삽니다.
몸은 이렇지만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임을 자부하며..
이몸이라도 전혀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지 않게 해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이런 몸이라도 사랑해주시고 써주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에
감사드리며...

네.. 저는 이러고도 삽니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

댓글목록

작성자:     작성일시:

  자매의 홈에 가보면 가장 갖고싶은것은 사고전과 같은 예쁜 피부라고 말합니다.
그 얘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왔습니다.
계속 되는 수술이 잘 되어서 예쁜 피부를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가진 피부, 건강한 팔 다리..환경..이 많은것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소원하고 바라는 것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기도하는 것을 제 안에 너무 쉽게 가져버린것 같습니다. 
내가 이모습으로 살아가는것이 주님의 은혜인걸 잊고 당연한 일인양 늘 착각하며 삽니다.
가끔은 주님을 향한 감사의 기도가 너무 먼곳에서 맴돌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내 지금 이순간 온전한 몸으로 타이핑치며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받으시기 당연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혹시 내 삶가운데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어려움을 통해서 나는 약한자요 주님은 강한자이시니 나의 의지는 주님임을 알게하시는
지혜주심에 또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