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과 시와 나 (노래도 감상하세요~) [6]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07-01-11 11:46:05    조회: 3,908회    댓글: 6
찻집 <세월이 가면>
소정 전도사께서 귀천이라는 찻집을 통해서 천상병 시인의 <바람에도 길이 있다>는 시를 소개 해준바 있다.
나에게도 세월의 눈가림으로 잠시 잊고 있었지만 다방의 홍수를 이루던 시절에 살았기에 당연히 다방에 (요즘은 찻집이라고 하나 ?)에 대한 많은 추억이 남아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유독 오랜 세월을 두고 내 기억에 남아 있는 1966년 초에 만난 찻집 ~!
기록에 보면 처음에는 <어우동>이라는 술집이었는데 여주인이 자기가 좋아하던 박인환 시인이 드나들던 곳이라는 것을 알고 다음날 당장 <세월이 가면>이라고 간판을 바꿨다 한다.
을지로 입구 외환은행 본점 건물 외편을 끼고 명동성당 쪽으로 가다보면 낡고 앙상스런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박인환 시인-, 일제의 압박과 해방, 그리고 6.25 동란 (당시 종군 기자) 그 틈새에서 운명적으로 살아온 죄로 죽음이 휩쓸고 간 세월의 아픔과 고뇌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과의 이별했던 고통,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실의 세대를 비탄하며 좌절했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영혼의 소리로 대변했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시인이다.

~ 세월이 가면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수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이름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이 시는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던 1956년 이른 봄 그가 작고하기 1년전 명동 어느 대포집에서 즉흥적으로 읊은 시에 함께 동석했던 극작가 이진섭씨가 곡을 붙였고 라애심씨가(백치 아다다 주연 배우겸 가수 ) 노래로 불렀다고 한다.
그 해 나는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나는 시인이나 된 것처럼 이 노래를 부르곤 했으며그 인연으로 <세월이 가면> 찻집을 알게 되었다. (당시 일반인에게는 많이 불려진 노래는 아니였다.)

사람은 누구나가 시인이 되고 싶은 때가 있다. 나도 한 때 그랬다. 그런 연유에서 인지 지금도 나는 낙서처럼 시(?)를 그려낸다.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의 영혼과 육신의 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갈망과 후회와 세월이 남긴 추억 그리고 감사를 쓰려고 애를 태운다.
언젠가 목사님의 설교에서 양파와 같이 껍질을 베끼고 베긴 깊은 곳에 있는 그 영혼으로 말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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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진솔하게 그러나 나름의 질서를 모두어서 그러나 다 보여주지 않고 가리워진 채로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면 그것이 바로 詩겠지요. . .

작성자:     작성일시:

  캬~
다들 표현력도 좋으시고.. 저같이 문학적이지 못한 사람이 리플할 자린 아니것 같지만..
시의 표현을 넘 잘해 주셨네요.
저는 시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로 읽는거 말고.. ㅋㅋ
사람의 마음도 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듭니다.
나를 다 내어놓지 않아도 나를 아는 사람은 제게 감동을 주지요.
저는 사람들의 삶을 시처럼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시를 많이 접하면 그렇게 되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집사님, 날로 젊어지시는거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도사님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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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얼마전 고희를 맞이하신 집사님의 인생의 경륜이
훤히 드러나는 글입니다. 그런 곳이 잇었다니...
시대를 넘나드는 감동을 접하니
마음이 또 시처럼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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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소정 전도사님 땜에 새로운 단어 많이 배우고 있슴다.
사통팔달이란 단어를 배우고 뜻도 알기전에 고희라는 단어를 배우는군요.
기죽어서 이젠 게시판 읽기도 글쓰고도 힘듭니다 ㅋㅋ

작성자:     작성일시:

  "여보 ! 너무 세상적인 글 같아 여기에 올리기엔 어째 좀 그렇네....."
사실 이렇게 검열을 받으며 거의 5일간을 다듬은 글이다.
그러나 강물에 서면 먼저 돌 팔매질 하듯이 그런 심정으로 나는 그렇게 던저 버렸다.
이후는 여러분의 몫이다.
그 몫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길.....
글 주신 여러분 감사해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