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불에도 향기가 있다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14-03-18 00:02:31    조회: 1,403회    댓글: 0

검불에도 향기가 있다.´

 

풀잎은 왜 나는 지천에 널려 있는 평범한 존재냐고 투정 하지 않았다.

풀잎은 왜 나한테는 꽃을 얹어 주지 않았느냐고 불평하지 않았다.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리기는 하였지만

이슬방울 목걸이에 감사하였다.

때로는 길 잃은 어린 풀무치의 여인숙이 되어 주는 것에 만족하였다.

 

가을이 오자 풀잎은 노오랗게 시들었다.

그리고 실낱 같은 미미한 바람에도 이리저리 날리는 신세가 되었다.

검불이 된 풀잎은 기도하였다.

"비록 힘 한낱 없는 저입니다만 아직 쓰일 데가 있으면 쓰여지게 하소서."

 

어느날 산새가 날아와서 검불을 물어 갔다.

산새는 물어 간 검불을 둥지를 짓는 데 썼다.

그리고 거기에 알을 낳았다.

산바람이 흐르면서 검불의 향기를 실어 갔다.

무지개에까지.

 

작은 풀잎이 가을이 되어 마른 모습으로 떠도는 것을 ´검불´ 이라 합니다.

이런 미약한 검불에도 향기가 있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 있어서 이 글을 썼습니다.


아동작가 정채봉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