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떡국에 묻어 난 이야기 [3]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08-01-12 07:18:21    조회: 2,172회    댓글: 3
나는  부엌에 들어가면 쪼잔하고  체신머리 없다던  세대에 태어난 탓에  어디서든지  부엌에서  일하는 것을 별로  탐탐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남자들이  앞치마 두르고  일하는 것을 보면  역겹다고  생각하던 나다.  그래서  식탁을 펴고 접는 일은 해도  절대로 (?)  부엌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어데 교회서 뿐이랴  집에서 물 한잔 마시는 것도  꼭 남을 시켜서 마신다.  이 정도면  여 성도님 들한테  빗발치는 항의를 받는 정도가 아니라  얻어맞기  딱 이다.

 그런 나에게  시련의  새해가 왔다.
 신년  첫 번째 우리구역이 친교 당번이 된 것이다.  메뉴 정하는 것 부터 불난이 일기 시작했다.  하기 쉬운  국으로 하자는 나를 윽박지르며    신년 초인데 그래도  떡국으로 해야  한다며 집 사람은 시종 일관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사실  무엇을 하던  내가 할 것도 아닌데  이것으로 반나절을 말씨름했다.
결국은  “당신이 다 알아서 해 !”  소리치곤  물러섰다.
그래도  어절 수 없이  걱정이 된다.  집 사람  실력으로  그 많은 국을 준비 할 수 있을까
만약에  성도님들이  맛이 없었다고  하면  어떡하나  경비는 경비대로,  수고는 수고대로 하고  욕들으면 어쩌나 ...
우선  공동 식사를 맡은 이기원 구역장과  구체적인  상의마저도  아내에게 떠맡기고  훗날  잘 못 되면  호되게 야단 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주일 예배후 친교실에 들어섰다.  빽빽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성도님들을 보니 괜히  마음이 저린다.  맛은 어떨까 ?  오늘은  성도님들도 많이 왔는데  부족하지는  않을까?
발 거름이  무겁다.  그래도  한번은  부닥쳐야 할  일 어느  여 집사 곁에 가서  속삭이듯 
“ 떡국 맛이 어때 ?  ”   
“음~  괜찮아요  근데  왜  물어요 ? ”   
“몰라도 돼  ! ” 
돌아서는  등 뒤에  키랑 카랑한 소리가 들린다.
“  집사님  오늘  당번이구나 ㅎㅎㅎㅎㅎ  ”
일단은  안심이 되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늘  앉던  좌석에  앉아  떡국을  한 입  먹어봤다.
그런데 몇 일 동안  아팠던  잇몸 때문인지  맛을 잘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옆 좌석에 앉은  장로님에게  은근 슬적  물었다.
“내 입에는  맛있는 것 같은데  어때요 ?  ”
“왜  이러시나  당번이면 앞치마 두르고  주방에나  가시지 ㅎㅎㅎ ” 장로님은  낌새를  이미 알아차리고  호탕하게  웃으시고는
“ 누가 간을 봤는 지  아주  간이 잘 맞고  국물이  쉬원 해 ” 
듣는 순간  기분이 좋아 젔지만 어쩐지  닭살이 돋는다. 
나는 일부로 외면하며  앞에 말에 대댭했다
“ ㅎㅎㅎ주방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거치장 스럽다고  나가라고 해 ..‘  들어보지도  않은 말을 그냥  지어내어 애길 했다. 그때 까지  걱정과  불안 때문에 주방에는 들어 가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  여보  정말  수고 했어! ”
“ 어디 내가 했나요  옆에서  많이 도와 주어서 아주  편하게  했어요  더욱이 젊은  집사님들이  어찌나  잘 하는지..............”
“이제 부터는 당신이 구역장  해 ! ” 
 큰 소리로  쉬원하게  한 마디 던젔다.

그리고 보니  섬김이  모임에서  어느 집사님이
 “ 앞으로 섬김이는  여자 분들이 하면  어때요 ? ”
하며  반 농 반 진담으로  애기 한 적이 있었는데   
“  집사님  그런 소리  어디 가서 꺼내지도  말아요 ” 
남자들  자존심을  짓 뭉게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축구공이 튀여 오르둣  불쑥  말을 내 뱉었는데  내가 그말을 반복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래도 되겠다 싶다. 
구역 모임엔  항상  식탁 공동체가 이루워저야 할 뿐아니라  말씀 나누는 시간에도 여 집사님들이  진지하고도 신중한 말 솜씨로 잘 표현하고 있고  어디  그 뿐이랴  일에  몰입하면  남성들 보다  더 열정적이며  적극적이다.  거기에  구역 식구에게  연락하는 일 까지  거의 맡아 하지 않는가 .사회에서나  교회에서나  실제로  여성들이 많이  등용되는 추세가 아닌가


그리고 보니  떡국맛이  입안에 돈다.
“여보  저녁엔  남은  떡국  먹읍시다. ”   
그날  오후는 유난히  기분이  하늘을 찌르듯  좋았다.
남은 여생  오늘 만 같으면  얼마나  좋으랴
쇼파에    앉으면  쉬이  잠이 올 것 같은  평안한 저녁이  서서히  닥아 온다.

댓글목록

  집사님, 글이 너무 멋있습니다. 어떤 수필가의 글 못지 않게 재미있고 진솔합니다. 이곳에서 공모를 열고 주관하는 활발하게 활동중인 문예지나 신문이 있다면 공모하셔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맛있는 떡국이 담긴 걸쭉하고 시원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음식은 맛으로 전하기도 하지만 말보다도 더진실한 마음을 전해준 맛입니다. 집사님의 마음이 새해떡국으로 전해주었어여  전~~두그릇먹고 갔읍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