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귀엣 소리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07-12-12 15:36:22    조회: 2,537회    댓글: 0
회색빛으로 다가오는 오후.
거리에 쏟아 저 내린 오색 낙엽들 ~.
더러는 바람에 날리며 더러는 아스팔트위에서 융단처럼 숨을 죽이고 있는 그들은 제 본연의 색깔을 마지막으로 피를 토하듯 나타내 보여주는 예술의 전위대들 같다.
누군가가 “ 황금 낙엽의 주인은 없다 ”라고 했지만 추위가 다가오는 계절에 앞서 아름다운 낙엽이 깔린 명상의 길을 바스락 바스락 소리 내며 밟고 가는 자신이 바로 소유자가 아니겠는가
때론 세상살이를 통해 몰래 감춰 둔 인간 본성을 드러내 보이고 싶도록 걷어차며 흩으러 버리고 싶은 심술이 있지만 그들이 던져 주는 무언의 귀엣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본다.

기억에도 아련한 오 헨리 작품인 “ 마지막 잎 새”
물질문명으로 비인간성이 만연한 이때 이 작품이 우리에게 암시하는 의미는 참으로 깊고 뜨겁다. 사랑으로 이웃을 보둠 어 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 ,
평생을 두고 작품다운 작품이라곤 없었던 베어만이 입새라는 예술을 통하여 고귀한 생명의 소생을 유도한 순수한 희생이야 말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는 영혼의 소리임에 틀림없다.
그 뿐이 아니다.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 (마치 비에 젖어 아스팔트에 찰싹 붙어있는 낙엽의 애처러운 영혼의 몸부림을 보는듯한) 넝클 담장에 메 달려 있는 잎 새 !

우리는 어디까지가 인생인지도 모르면서 자주 인생을 말하며 신앙의 깊이도 없으면서 자주 하늘을 바라본다.
사랑이란 실상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본능적으로 아가페란 단어를 남발한다.
재물이 마치 헌신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며 어깨에 힘을 주며 그런가 하면 분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교회 문턱을 넘나든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런 모든 것이 지울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영성 때문이 아닐까 ?!
베어만이 남긴 순수한 영혼. 그리고 빗물에 젖어 아스팔트에 달라 붙어있는 그 잎 새를 엮어 우리들의 신앙을 재조명해 봄도 좋을 듯싶다.
주님의 부르심에 우리는 너무도 수동적이며 나태한 모습 때문에 완전한 구원에 이르지 못 할 것 같은 불안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불안한 내면의 갈등 때문에 우리는 기도로 때로는 아픔으로 질타하며 때로는 갈등과 절규로, 때로는 고백으로, 때로는 찬양으로 토해 보지만 늘 제자리에 와서는 탄식만을 쏟아내기 일쑤다.
어찌 할고 ~?!
그래서 인가 오늘은 낙엽들의 귀엣 소리가 우리 곁에 추운 겨울까지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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