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남진 형제의 "사십을 넘어서..."라는 글을 읽고
문득 2년 전 이맘때 아버님 장례차 한국에 가서 어렸을 적 친구들을 만나
50이 된다는 나이에 대한 푸념들을 듣고는 아래 글 처럼, 그 느낀 바를 적어보았는데
이제 내가 드디어 빼도박도 못하는 만 50대로 접어들고 있다.
(2년전 작성)
50, 아직은 아냐!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59년생이 대부분이다.
2008년이 되면서 한국 나이로는 이제 50이 된다고 한다.
벌써 50이라니?
50이면 知天命이라,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된다는 나이라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제 50이라는 사실이,
또 50이 주는 무거운 의미에
차마 자신들이 50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아무도 먼저 하려 하지 않는다.
(그 20년전, 10년전에만 해도 30이 되고, 40이 될 때만 해도
다들 한국 나이로 따지면서 이제 40이 되었다고 그만큼 성숙해지고 있다고 하더니...)
나 또한 이 50이 된다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만 나이로 따져서 서로의 나이를 밝히고 있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아직 48세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지만
50 되기까지는 2년이라는 긴 세월이 남았다고 애써 위안해보는데...
10년전쯤 직장생활을 할 때, 50이 되는 직상 상사들을 보면
아주 중후한 인품에, 그에 걸맞는 직위와 경제력을 갖춘 분들이었다.
이제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버려 내가 그 나이가 되었는데
10년전 내가 생각했던 그 선배들과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아직은 지금의 내가 한참 젊었다고 자위해본다.
육체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여전히 건강하고 어떤 운동이던지 30대 아니 20대와도 한판 붙을 수 있는 자신이 있다.
감성 또한 어떠한가?
아직도 사랑운운하는 노래를 들으면 남녀의 풋풋한 연정이 떠오르기도 하고
비오는 날에는 그 빗속을 거닐고 싶기도 하며
낙엽이 '도르륵' 거리에서 굴러가는 소리에 귀를 쫑긋해보기도 한다.
그 옛날 내가 생각했던 50은 이게 아니었다.
세상의 이치를 충분히 깨달아, 자그마한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고
서서히 인생의 정점을 향해 도달해가는 어떤 그 묵직함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아직 50이라는 것은 저만치 있다.
그저 40대 후반이라는 이 40대라는 인생의 바쁜 시점에서 발버둥치고 있다는,
차마 젊음이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곳에 사는 많은 사람들
특히 내가 교류하고 있는 이들과 비교하면 훨씬 어린 나이라 다행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제 겨우 48살,
인생의 반환점을 살짝 지난 시점,
아직 할 것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기에
노후운운하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기로 한다.
그저 젊다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물론 행동은 나이에 걸맞게 처신을 해야하지만
내 마음만큼은 충분히 젊고 아직 인생의 여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