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Madness Special [3]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10-03-18 15:27:35    조회: 1,265회    댓글: 3
제가 아직 20대 후반이었을 때 (쉽게 말하자면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입니다.), 비장한(?) 결심을 하고 미국에 공부하러 왔습니다.  진지한 자세로 강의실에서 두 눈 부릅뜨고 경청하며 또 실험실에서도 열심히 밤낮으로 뺑뺑이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같은 실험실의 다른 대학원생들이 농구 시즌 티켓 추첨하는데 함께 철야 캠프아웃을 하지 않겠냐고 물어봅니다.  재수가 좋아 당첨되면 불과 $100에 시즌 천체 홈 게임을 관람할 수 있답니다.  제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You must be joking!"

"불과" $100도 장난이 아니거니와 (=10%의 한달 소득), 거 대단치도 않은 농구 '따위'에 하루를 허비해 가며 캠프아웃이라니...  쯧쯧, 철없는 아해들!  그런데, 또 한 번은 제가 로테이션하는 랩의 젊은 교수가 말하기를 농구팀 코치가 자기의 hero라고 합니다... 여기 철없는 교수도 있네!  이 학교가 어떻게 되려는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며 보니 캠퍼스에 기이한 장면들이 속출합니다.  시퍼런 페인트를 칠한 얼굴들, 게임 두 시간 내내 알아듣기도 힘든 기이한 함성들, 그리고 그 대단한 게임을 보겠다고 체육관 앞에서 시즌 내내 캠프아웃하는 학부생들.... 네 부모님이 이걸 보시면, 본전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생각하며 지나곤 했습니다.

음... 사설이 주절주절 너무 길었던 것 같군요.  죄송.  각설하고, 첫 시즌이 끝날 즘에는 저도 그만 그 철없는 아해들 중의 하나가 되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아내는 저보다 더 철이 없어져버렸습니다;-)  듀크가 전통적으로 농구를 잘하는 학교로 알려져 있는데, 해마다 항상 일정 수준을 유지합니다.  그 지역에서는, 이웃에 있는 주립대 하나와 함께, 듀크는 해마다 Final Four가 기대되고, 그 이하는 실망스런 시즌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그 당시 만트라는 'Seven Final Four in Nine Years' 였습니다.  그러니 인기가 좋은 것은 지금 돌아보면 너무 당연스럽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나며 인식한 것은, 제가 사실 좋아하게 된 것은 듀크 농구보다는 그 팀의 헤드 코치와 그의 팀운영원칙이었습니다.  올 해로 벌써 30년 가까이 헤드코치인데, Mike Krzyzewski (쉬셉스키 혹은 코치 K)는 지난번 올림픽 코치도 하고 아멕스 커머셜에도 나오고 해서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농구를 해마다 위닝시즌으로 이끄는 것이 쉽지 않으나, 그렇게 하는 코치들은 꽤 많이 있은 반면, 선수들 개개인의 생활과 진로에 관심을 가져주고 모두 강의를 참석하게 하고 학점도 잘 따서 졸업시키는 코치는 드뭅니다.  그 코치의 철학이 'Leading With The Heart' 라는 책에 잘 나와 있습니다.  99년 챔피언쉽 게임에서 유콘에게 아깝게 3점 차이로 지고나서 쓴 책인데, 이 책을 읽으며 그리고 게임과 미디어에서 그를 지켜보며 배운게 몇 가지 있습니다.


첫번째, 이 코치는 선수, 인사, 능력 계발등 관련된 결정에서 항상 그 일에 해당된 선수의 best interest를 추구하고 그에 합당한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코치 (혹은 직장에서는 보스)들은 what's best for the team을 내세우기에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지만, 팀을 가장 우선하는 결정은 대개 코치에게 가장 좋은 결정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코치 K에 의하면, 상대의 지휘 고하를 여부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에게 최선의 결정을 진심으로 추구할 때에만, 그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고 따르며, 팀을 위하여 전력을 다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코치 K를 관찰해보면, 이 사람은 상대방의 return favor에는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그가 옳다고 생각하여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이면, 그냥 합니다.  그 중 그를 따르는 선수들도 있고 저버리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그는 승리하는 자가 됩니다.

둘째는, 게임과 게임 중간의 날들에 항상 next game에 촛점을 두는 것입니다.  보통 대부분의 팀들이 레귤러 시즌 중에 일주일에 두 번 게임들이 있는데 (홈 앤 어웨이), 코치 K는 매 게임 다음 날 아침부터, 승패와 상관없이, 항상 다음 게임에 촛점을 둡니다.  말이 쉽지, 그 전 게임이 굉장한 이벤트였다면 (예를 들어 UNC에 안타깝게 2점 차이로 졌다든지...한동안 그런 게임 뒤에는, 아내와 전 일주일 이상이나 티비나 신문을 들쳐보지도 못했습니다.)  그 아픔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음속을 비우고 새로 다음 게임에 촛점을 맞추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또 더욱 중요한 것은 다음 게임에 촛점을 둘 때, 그 게임의 그 다음 게임을 미리 앞서 기대하는 것은 용납치 않습니다.  흔히 미디어에 보면, 특히 요즘 3월에는, 다음 게임을 이기면 그 다음에는 어느 팀이 상대로 나올건지 추측들이 만무합니다.  팬들과 미디어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고, 사실 이건 part of the fun입니다.  그런데 이게 선수들과 코치에게는 너무나도 해가 됩니다...매 3-4일 마다 게임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지난 게임이나 미래의 게임에 얽매이면, 촛점을 흐리기 쉽고, 그래서 탈락하는 팀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왜 don't count chickens before they hatch라는 속담도 있듯이...

셋째는, 흔히 그렇듯이 듀크 페이롤에서 코치 K가 최고 연봉자입니다.  2001년도에 세번째 챔피언쉽을 하고서 LA Lakers에서 3천만불의 제의가 있었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이 받고 있는 연봉보다 30배는 더 되는 거절하기 힘든 오퍼였는데, 일주 쯤 고민하더니 거절하였습니다.  자기 마음이 듀크에 있기 때문이라며... 저 같은 사람에게는 백만불도 대단하기에 3천만불이 뭐 그렇게 다르냐, 그냥 숫자놀음일 뿐이다라고할 수 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부자인데도 좀 더 많은 재물을 위하여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흔히는 포천500 기업들의 CEO들이 그렇고, 비슷한 예로는 켄터키의 릭 피티노가 우승한 뒤에 보스턴 셀틱스로 옮겨서 훨씬 더 부자가 되었습니다.  코치 K는 그 지역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또 학교에서는 그 코치의 leadership principles을 주제로 경영대학원에 프로그램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인생을 사는데 정말 무엇이 중요한가, 또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를 생각케 해주었습니다.


얼마 전 지난 해에 언뜻 다시 이 책이 손에 잡혀 훑어보는데, 이 책의 교훈들이 정말 기독교적이며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불현간 들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어제와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살며; 또 재물을 좇아가지 말며 사는 것... 책에서 코치는 종교적인 메세지는 한마디도 없고 수 년전에 제가 처음 읽었을 때에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쉽지는 않지만, 이런 배움을 삶에서 실천해보려고 노력도 해보는데... 

지 금 생각해보면 코치 K가 카톨릭 신자이며, 매 게임 시작하기 직전에 잠시의 기도와 십자가를 긋는 모습이 기억에 납니다.  너무나 자명한 것을 이제 까지 왜 두 개의 점들을 연결할 수 없었는지...


줄리아 아빠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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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더라도 집사님을 간간히 접할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기운이 돈다고 생각 했었는데... 역시 구린(?) 과거를 지니고 계셨군요... 저는 글에 잠깐 언급하신 듀크 대 "이웃에 있는 주립대" 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듀크쪽으로는 침도 뱉지 않는 사람입니다. ㅋㅋㅋ 작년 우승팀이었던 UNC 가 토너먼트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참담한 현실앞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Coach K 에게 저도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Coach K 보다 인간성 면으로 또 사회공헌도로 볼때에 더 많은 박수를 받는 농구 코치중에 UNC 의 전설적인 Dean Smith 코치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저도 Duke 경기는 올해도 한 경기도 빼지 않고 볼 계획입니다. 목이 터져라 상대팀을 응원하면서, "Duke 져라~, Duke 져라~"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언제쯤 실천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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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ch K 보다 인간성 면으로 또 사회공헌도로 볼때에 더 많은 박수를 받는 농구 코치중에 UNC 의 전설적인 Dean Smith 코치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저에게는 뉴스처럼 참 새롭게 들리네요...^^ 언제 그런 일이!?


>듀크쪽으로는 침도 뱉지 않는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그동안 더람이 스핏-프리 존으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한 때 아내와 전 (줄리아 나기 전) 더람과 오렌지 카운티 경계선 상에 있는 커뮤니티에 살았는데, 전 채플힐 쪽으로 종종 침을 뱉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집사님의 침과 저의 침을 합치면, 채플힐이 무척 더러워졌을 것 같군요.  늦었지만 사과드립니다.  혹 위로가 된다면, 더람 쪽으로도 두어번 침을 뱉었습니다.

올해에는 유엔씨가 토너먼트에 도달하지 못하여 참 안타깝습니다.  첫라운드에 또 탈락하는 걸 볼 수 있었을 텐데...  4월 5일은 저희 집 티비 앞에서 함꼐...

GO DUKE!!

...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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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저도 한 빈정하기로 유명한데.... 집사님앞에서는 완전 고개 팍 숙이고 깨깽깽 입니다. >..<
저와 저희 집사람은 95년에 졸업했는데, 그떄 혹시라도 계셨다면 그때 안 만난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겠네요~
무섭습니다~
아무쪼록 앞으로 서로 얼굴 볼 일 없었으면..... 아니,,, 그게 아니고....;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었으면 좋겠네여^^
초대는 감사 한데, 4월 5일 결승전은 제가 출타하는 관계로 함께 보는건 힘들 겠네요. 그런데.... 저는 Kentucky 를 응원할 계획인데, 집사님은 어떡하신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