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박집사님에게 이 가방은 선교의 마당 한 가운데서, 아니 그 마당 한 가운데 서 있는 가장 도움이 절실한 한 사람의 영혼에 사랑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도구라고 할 수 있겠죠. 시인이 아무리 가슴 깊이 울리는 깨달음이 있어도 조그만 펜촉 끝에서 그 마음이 잉크 속에 풀어져서 종이 위에 스며드는 것처럼, 집사님의 작고 날카로운 버(Bur)의 끝에서 비로소 사랑의 마음이 새겨지고 전달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한 동안 답답하고 아쉬웠을 집사님의 마음을 어렴풋이짐작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학창시절 아침에 버스를 타기 위해 한참을 걸어 나왔는데, 버스를 타려는 참에 꼭 필요한 동전 하나가 없는 것이지요. . . 적어도 운전사 아저씨에게는 동전투입구 바닥에서 울리는 명쾌한 동전 부딪는 소리가 제 인사의 대신이었는데 말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