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2]

작성자: 노고수님    작성일시: 작성일2006-10-27 11:19:58    조회: 3,847회    댓글: 2




항아리

 

우리네

굽어진 산세를 닮았고

지 맘대로 내뻗은 논두렁을 닮았고

잎파리 벌거벗고 주홍색 감만 뽀드라진 감나무 가지를 닮았고

여인네 궁둥짝 숨겨진 치마폭을 닮았네

 

배나무 기르시는 노인네 주름살을 닮았고

집주인 반기는 똥개의 내젓는 꼬리를 닮았고

코흘리개 만들어 놓은 엉성한 두꺼비집을 닮았고

그 놈의 함박웃음소리도 닮았네

 

추석 만월의 풍요를 닮았고

손에 손을 잡은 사람들의 얽혀 있는 팔을 닮았고

꿈을 꾸는 처녀 수줍은 볼살을 닮았고

산달이 가까운 아낙의 기대에 찬 생명의 배를 닮았네.

 

둥글게 둥글게 항아리 때리는 소리가

텅, 텅, 텅

 

어서 오소서!

어서 오소서!

당신을 기다리는 나의 그리움을 닮았네.

 

                                                                    가을.2006

댓글목록

작성자: 박진호님     작성일시:

  삐져 나오는 내 허리도 닮았네... 슬프다

작성자: 소정님     작성일시:

  앗..나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