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 공동의회 메시지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12-11-10 14:40:30    조회: 1,893회    댓글: 0
사랑하는 기쁨의 교회 교우들께,


2012~13 회계연도는 어느덧 기쁨의 교회가 설립 15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이제는 기쁨의 교회도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나름 중요한 위치를 지닌 책임 있는 지역교회로 성장한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더 성숙해져야 할 부분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오늘 이 순간까지 이만큼 이끌어 주신 주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 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교회가 우리의 교회가 아니고 바로 주님의 교회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새 회계연도를 맞이하여 적어도 세 가지 분야에서 기쁨의 교회가 더 양질의 교회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제자를 만들어내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예배와 양육과 훈련 및 파송이라는 기본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예배가 하나님 앞에서 그의 백성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세이고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 양육은 하나님의 권속으로서 모든 교우들이 한 식구다워지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또 중요한 것이 훈련입니다. 이 훈련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목회 철학에 관한 질문입니다. 한 가지 깨닫게 되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신학교에 몸담고 있던 저와 그리고 대부분 학구적 열망을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목회자팀이 훈련의 개념을 너무 아카데믹한 측면에서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객관적인 진리로서의 메시지가 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아울러 전달의 과정에서 메신저가 곧 메시지가 되고, 메시지를 전하는 방편조차 메시지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실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고린도전서 9장을 연구하고 설교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설교와 교육이 아직은 삶의 현장에서 흘리는 땀 냄새 보다는 분필 냄새를 풍기고 있지 않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의 삶에 배어나지 못한 메시지는 결국 제가 의미 있게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진정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일 지금까지의 목적이 그리스도에 대한 참 지식의 전달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그리스도의 삶의 전수, 무엇보다도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실재가 경험되는 것을 통하여 복음의 증인이 되는 일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교회의 훈련이 과거 영지주의자 같이 삶의 현장에서의 도피 행각이 되는 것을 막아야겠고, 우리 삶의 실제와 충분히 맞물려 있는 역동적인 변화의 장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신자는 모두 제자(학생)입니다. 좋은 학생인지 나쁜 학생인지 구분이 될지언정, 누구는 학생이고 누구는 학생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참 선생님으로 모신 학생들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는 지식만을 전달 받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전수 받는 자들입니다. 제자로서 모두 함께 진정한 성장을 경험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헌신된 섬기는 리더(servant-leader)를 세우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기쁨의 교회 리더들이 교회를 사랑하고 많은 헌신을 한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리더들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발적으로 리더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 내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즐겨 쓰는 표현 중에 우리 교회는 unforced rhythm of Christian life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즉 누군가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원하여 자발적인 마음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균형 있게, 리듬 있게 살아가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저는 뭐든지 누군가의 강압에 의해서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누가 하라고 하면 더 안하는 반골기질을 지닌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사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다들 알아서 하는 것이 당연하고 알아서 하지 않으려면 안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교회 리더들을 세웠지만 리더들이 뭘 해야 하는 것인지, 또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지, 또 어떤 실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지 별로 지도해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귀한 분들을 리더로 세우면서 아주 기본적인 예배, 말씀, 기도, 희생, 절제, 사랑에 대한 기본기에 대해서조차 제시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태권도로 말하자면 도복 위에 검은 띠를 매어 드렸는데 실력, 땀흘림, 지구력 향상에 대한 훈련은 없었다는 것이지요. 감사하게도 우리 교회 리더들은 대부분 각자 알아서 트레이닝을 해서 나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의도적으로 좋은 섬기는 지도자(servant-leader)를 세워 나가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소통에 대한 것입니다. 요즘 소통이란 말을 참 많이 합니다. 그러니 소통 얘기를 하면 유행을 따라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통은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통은 말이 통하고, 생각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저의 마음을 알아주고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해주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얼마나 허황된 것입니까? 제 마음을 소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제 마음을 알 수 있겠습니까? 물론 말로만 소통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라도 소통은 되어야 합니다. 가끔 사람들이 제 마음을 참 못 알아준다는 불평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소통의 노력을 했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교회는 성령께서 충만히 임재해 계시는 공동체입니다. 성령께서는 하나님과 우리가 소통하게 하시고, 또 우리가 서로 소통하는 것을 도모하시는 소통의 영이십니다. 이제는 교우들과 소통하는 것을 더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 큰일은 아니었지만, 지난 10월 예수마을 행사로 함께 하루 단풍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상적인 자리를 떠나서 하루를 같이 보냈는데 얼마나 그 시간이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모든 세대들과 소통의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통은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 가끔은 자신을 많이 낮춰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적(incarnational) 소통이 바로 복음의 핵심인 것이지요.


이제 새로운 회계연도를 시작하면서 우리 모두 참 교사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학생이 되기를 기대해 봅시다. 각자 맡은 일에 충실히 행하는 섬기는 지도자들이 되고, 또 소통을 통하여 서로 마음이 통하는 공동체 모습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모든 성도들과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은혜와 평강,


박성일 목사
2012년11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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