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임직식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11-04-04 15:19:41    조회: 2,802회    댓글: 0
어제 손영천 장로님과 최옥주 권사님의 임직식이 3부 예배 중에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같은 날 저는 필라 지역 한 교회의 집사, 권사 임직식에 손님으로 갔었습니다. 우리 교회의 임직식에서는 볼 수 없는 "축사"를 하는 일이 저의 몫이었습니다. 제가 참석한 그 교회의 임직식은 사실 제가 과거에 봤던 대단히 요란한 임직식과는 거리가 먼, 아주 평이하게 진행된 비교적 건전한 임직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화 화환이 곳곳에 서 있었고, 임직자들을 위해 "하객"들이 준비한 선물들을 쌓아 놓은 테이블도 보였습니다. 임직자들 중 권사님들은 모두 한복으로 예쁘게 차려 입고 있었습니다. 임직자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교회 앞에 너무 과다하지 않는 예물을 드리고, 그 중 한분이 모든 절차의 끝 말에 감사와 감동이 실린 답사를 했습니다. 임직을 기념하기 위한 임직 예배를 따로 주일 오후에 구분하여 드리니 예배 후에 임직자들의 가족들이 함께 사진도 찍고, 함께 만찬을 나누는 축제 분위기었습니다.  

지난 13년 기쁨의 교회 역사 중에는 이런 임직식이 없었습니다. 과거에 너무 화려하고, 지나친 것 처럼 느껴졌던 임직식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반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항상 주일 예배 중에 임직식을 겸해서 했지요. 그리고 영광스러운 주일 "대 예배" 중에 임직을 받으시는 것이 그 어떤 것 보다 영광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었습니다. 꽃도 없고, 선물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기쁨의 교회에서 임직식을 경험해 보신 분들은 한결같이 색다른 느낌을 받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굳어버린 우리 만의 전통 . . . 주일 예배 때 하다 보니까 실제로 외부 손님이 많을 수도 없고, 물론 임직식을 교회 밖으로 광고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우리 임직자들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우리 식이 좋은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리 교회에 세워지시는 임직자들은 "축사"는 커녕 조금의 축하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되기도 했지요. 내가 너무 유별난 목회 방침을 고집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질문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봤던 임직식의 경쾌함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 저의 마음에 다가온 찡한 감동의 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우리 임직자들의 소박한 임직식에 빠짐없이 나타나는 감사와 헌신의 눈물이 생각났습니다. 어제 보았던 손 장로님과 아버님 되시는 손 목사님의 오열이 섞인 긴 포웅은 아마 저의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혹시 우리 교우 중에 목회자 아버지 아래서 성장한 분들 중 아직 "어떤 상처"를 벗어 버리지 못하고 영적 피해의식 속에서 참 복음의 얼굴을 찾지 못하는 모습들이 언젠가 극복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 보기도 합니다.) 

가끔 임직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 모르겠지만, 우리 교회는 계속 간결한 임직식을 고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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