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3]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06-11-24 11:17:38    조회: 3,821회    댓글: 3
감사절을 잘 보내셨는지요?
미국에서 가장 큰 가족 명절이라는 Thanksgiving Day . . . .
어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하루 종일
저희 가족과 또 하루를 우리 가족의 일원들로 지내 주시는데
기쁨으로 동참하신 여러 친구들과 relaxing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제 섭취한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해서는
몇 일 수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모인 형제, 자매와 같이 영화를 한편 봤습니다.
지금도 한국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인 "괴물"이라는 영화입니다.
한국에서 이미 관객 천삼백만을 동원한 기록을 세운 영화입니다.

단순한 싸이파이(과학공상)영화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영화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읍니다.
싸이파이로 생각하면 어떻게 저런 영화가 그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이 갈 정도로 미숙해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기술 때문이라기 보다는 재정적인 이슈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흥미 보다는 시사성에 더 관심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몇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영화의 악당 또는 악역은 "미국"과 "미국인"이고
한국의 사회, 정치, 경제는
단순히 미국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무능한 존재들이며,
결국 미국의 영향 아래 조성된 한국의 과학, 기술이 낳은
한강의 "기적"이 아닌 "괴물"은,
사회에서 실패자라는 레벨을 달고 있는
주변인들의 가족애, 인간애 같은 것,
또는 저항의식으로써 만 떨칠 수 있다고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영화가 한국의 역사나 시대적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것인지,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또 다시 무자비한 흑백논리에
한세대가 물들어 간다는 현실이
가슴을 저리게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 인구의 3분의 1일 이 영화를 보고
어두운 극장에서 환한 세상으로 걸어 나올 때,
그 느낌이 무엇이었을지?
누구도 믿을 수 없구나,
결국 다 이용 당하는 것이구나 등 등
비관적인 마음, 피해의식, 증오 등으로 무장되어
현 시대에 맞서 있을 때,
과연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

물론, 이건 그져 한편의 영화일 뿐이고
평범한 사람들 모두 다 똑똑하게 평가할 능력이 있으니까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 영화와 이 영화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란 렌즈로
오늘 한국의 대중 문화를 들여다 봤을 때 느끼는 점은
21세기 초, 경제, 과학, 문화에서 첨단을 걷는다는
한국의 시민의식이 여전히 피해의식, 불신과 울분으로
얼룩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괴물"은
이런 집단적 정신 상태,
또는 정서적 불안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댓글목록

작성자:     작성일시:

  "령"이란 분께서 다음과 같은 댓글을 올려 주신 것을 쪽지로 받았습니다. 그래서 글을 카피해서 리플로 올립니다. 질문하신 분의 진지한 자세가 엿보이는 글인고로 같이 읽고 고민해야 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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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보면서 미국과 미국인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것을 우리가 우려하여야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실제로 미군 소속의 어떤 사람이 한강 속에 포르말린을 버렸으나, 한국은 그 사람에 대해 거의 사법적 권한을 행사하지도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광주 5-18 학살 사건 당시에, 미군은 한국군의 작전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고, 미군의 허락 없이는 광주를 폭동으로 진압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한국 근 현대사에 있어서, 미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공헌한 바가 많고, 여전히 미국 사람들과 손을 잡고 일을 해야 함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구세주는 분명 아니고, 실제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들의 정서를 무시하는 일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들고, 시위대 현장에 들어서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고, 우리 목사님같은 분이 박정희 시대의 반공 이데올로기와 엘리트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볼 때 아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면서 이방인들에게 할례를 요구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복음과 유대문화를 구분했던 지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기독교는 이상하게도 미국이 구세주이며 복음인양 가르치고, 미국에 대해 좋지 않는 인상과 평가에 대해서는 가슴을 치며 아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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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간 제 입장에서 얘기를 드린다면 이렇습니다. 제가 이영화 또는 최근에 등장한 "한반도"라는 영화를 보고 느낀 동일한 점은 다른 것이 아니라 너무 단순하고 선동적인 흑백 논리가 대중 미디아를 통해 일방적으로 뿌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친일-친독재-반통일이 한쪽에 있고 다른 쪽에 민족-민주-통일 세력이 다른 쪽에 맞대결 하고 있어서 둘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나 사고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fact는 그렇게 질서정연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의 보수 기독교 계열이 노골적으로 친미를 부르짖는 것이 눈꼴 사납지만, "미국은 무조건 싫어"라는 입장도 안타까운 것은 마찮가지라는 생각입니다.

저를 보시는 분이 제가 "박정희 시대의 반공 이데올로기와 엘리트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런 impression을 받으셨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제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방적인 사고에 편승해 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스스로의 생각에 위로를 받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좀더 성경적인 세계관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솔직한 댓글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자:     작성일시:

  영화 "한반도" 를 보고 제가 받은 느낌도 어쩌면 양극화 되고 있는 국수주의적 이념 논쟁이 정치판을 넘어 대중문화에도 큰 바람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힘없는 민족의 억울함을 가슴 아파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꼭 어느 한 집단 (일본이던 미국이던)을 향한 증오로 전환시킴으로써 감성적 만족을 얻어내는 접근은 아무래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친미던 반미던 그런 정의가 성경적인 세계관에서 입각해서 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심각하게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듯 합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예수님의 눈으로 세상보기가 정말 요구되는 때가 아닐까요?

작성자:     작성일시:

  괴물에서는 적어도 "미국은 무조건 싫어"라는 입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 정서도 미국은 무조건 싫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조선, 동아, 중앙일보가 만들어낸 논리일 뿐입니다. 이유 있는 미국에 대한 반대가 "미국은 무조건 싫다"는 입장으로 비쳐지는 것은 그만큼 내가 너무 오른쪽으로 가 있다는 표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