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작품들을 즐기는 것이 힘들 수 있겠지만, 아니 이건 아니라고 막무가내로 저항까지
하고 싶지만, 한 가지 분명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이건 미술이라는 예술세계에서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받아들이는 모든 것, 나의 세계관에서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이라는 특별한 예술세계에서 세잔이 성취해 낸 위대함을 설명하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최고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은 그들의 몸부림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잔의 그림에서부터 모든 현대미술, Contemporary Art는 시작하고,
그 뒤로는 그야말로 짐승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야수파라 부르던 예술가들이
예전의 익숙한 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도 되지 않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작품들로 홍수를 이룬다.
마티스의 작품들을 보라, 이건 초등학생의 그림들과 별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필라에 있는 Barnes
Museum은 Barns라는 필라근교에 살던 안과의사이자 미술 콜렉트가 세잔을 위주로 바로 이 시기에
나온 작품들을 선정하여 모아 전시하는 아주 보기 드문 필라의 자랑이다. Thanks to Dr. Barnes)
이런 미술세계에서 생각의 흐름은 세잔 이후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던지라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 전체 미술사를 보자면 찰나 같은 순간이었다. 그러니 그런 것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선 조금이라도 이해나 감명을 누릴 수 있는 관용이 허락되지 않는다.
나아가 거북하기만 한 불친절함에 우린 아예 이것들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세잔이 있지 않던가? 그의 친절하게 보이는 그림 속에서 이미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정리된 그의 그림해석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힌트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다음에 나오는 수많은 난해한 작품들이 약간은 설명이 된다. 약간 더 나아간다면
(다시 내가 고전주의로 돌아가는 느낌이긴 하지만) 세잔을 좀 더 깊이 이해한다면, 이해되지
않는 현대미술작품을 보면서도 이건 맞고 이건 아니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근거도 제공된다.
“그냥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느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맛없는 음식에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지 알 필요 없이 처먹기만 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맛은 없어도 몸에 좋은 것들이
들어 있으면 아무리 비싸도 최소한 손해 보는 느낌은 들지 않을 거 아닌가. 세잔에 대한
이해는 우리에게 그런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나만의 컨닝 페이퍼인 셈이다.
Aix-En-Provence에서 북쪽으로 30여분 고급 와이너리가 있는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곳에 야외설치 미술관이 있다. 이름하야 Chateau La Coste. 호텔도 있고 식당도 있는데,
돈이 있다고 다 갈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이 건물을 설계한 사람이 바로 Tadao Ando이다.
건물 자체가 살아 있는 최고의 설계자라고 칭송받는 바로 그 사람의 작품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와이너리가 있는 나지막한 산속에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현대작가들의
야외구조물 설치미술 작품들이 여기저기 붐비지 않고 알맞게 전시되어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야외박물관이다. 안도 다다오가 제작한 작은 채플도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곳이
있을까? 현재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어마무시한 미술세계가 존재하고 또 그것이 자리잡은
곳에 엑상프로방스가 옆동네인 이곳에 있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생각해 봤다.
그 작품들이 설치된 언덕에서 바라보면 바로 저기.. 세잔의 산, 생 빅투아르 꼭대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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