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열쇠, 폴 세잔 4/6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24-05-30 10:14:43    조회: 106회    댓글: 0
세잔은 이젤을 이고 지고 산이 더 잘 보이는 곳으로 나가 생 빅투아르 산을 죽어라
그렸다. 그가 자주 다녔던 엑상의 외각 도로를 지금은 Route Cezanne이라 부른다.
직접 가보니 지금은 차로 10분이면 살 수 있는 거리지만 그 당시에 여기까지 어떻게
갔을까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에 대한 기록은 없었으나 액상 골목의 어느 작은 책방의
오래된 책에서 찾았다. Le Tholonet이라는 빅투아르 산이 잘 보이는 동네로 가는
세잔과 그가 타고 있던 마차사진이었다. 역시 금수저,,조그만 책방 안에서 한참을 머무는
것을 보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날더러 “Are you an artist?”라고 물어본다. 흠..
어떻게 대답하지 좀 고민을 하다가 “Yes, I am an artist and a Cezanne Lover”라고
말해버렸다. 희망사항인거지…

그의 세계는 안에서나 밖에서나 일관성 있게 정리되고 있었다. 실내 정물화에서는
기존의 교과서 였던  중앙의 소실점, Vanishing Point을 뛰어넘는 multi perspective
가 그의 그림에 나타나고 있었고, 밖에서 그린 풍경화에서는 무수한 과일 그림에서
출발한 색채에 대한 그의 연구가 완성을 향해 성큼 다가가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원근법을 이용한 공간의 눈 속임수를 허용하지 않고, 좀 더 본질적인 미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미술 세계의 가장 기본 도구인 색채, 빛의 본질을
사용하여 인상파들이 철저히 부숴버렸던 그러나 세잔에게는 아쉬웠던 고전주의의
복고를 함께 꿰했다. 눈에 보이는 원형은 유지한채, 속임수처럼 느껴졌던 기술들을 그림의
기본인 색체로 대신했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인상주의의 특징을 살려낸 한걸음 더 완성의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미 그의 눈에 들어오는 피사체는 단순 appearance와 순간 아티스트의
감정을 넘어 미술의 근본인 색채만으로 표현되고 있었고, 그 색채는 세잔에게 눈에
보이는 피사체 그 자체였다. 그림의 인지에 대한 그의 이론이 캔버스 안에서 설명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눈은 받아들이고, 뇌는 형태를 결정한다”라는 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넘지 못하는 미술세계에서 다 다다를 수
있는 정점에 있었다. 마치 바흐가 음악에서 교과서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그 끝을
완성한 것처럼, 세잔은 미술에서의 그 정점을 찍어 버렸다. 단순한 사과 몇 알에서 마치
물리학에서 설명하듯 Newtonian world에서 Quantum Physics로 전환하면서, 이제야
좀 더 실제에 좀 더 다가가는 자연학문의 장을 열었던 것같이 세잔의 그림도 그러했다.

끊임없는 연습과, 그의 고집으로 태고적부터 이어진 미술사에서 전해 내려 온 그리고
새로운 르네상스였던 인상파들을 수용하며, 미술 그 자체로 관심을 돌리며 그에게는
강력한 무기였던 색채로 미술이라는 예술을 정리해 버렸다. 미술사를 단순히 정리하자면
단순 복사에서 시작한 미술세계는 고대에서 정밀함을 다투며 경쟁을 벌였고, 중세시대에
크리스천의 영향으로 그림 속 의미가 주가 되어버린 시대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 좀 더
현실적인 표현을 위해 소실점이나 원근법을 개발함으로 평면에서 입체적인 표현에
열광하다가, 시선을 돌려 순간들로 이어진 느낌을 모아 사물의 실체를 찾아보았다. 
이미 중구난방 Wild-West으로 난리가 난 미술세계를 다시 화폭 안으로 모두 다 몰고 와서
숨길 수 없는 미술의 이차원의 세계를 인정하고 또 그  화폭 안에서 또 가장 기본적인 색채와 구도로
다시 정립했다. 동시에 미술은 자연에 의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평행을
이루는 조화 또는 두 개의 체계”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 자연이나 사물에
종속되어 있는 미술의 세계는 비로소 독립을 하게 되고, 미술 그 자체의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현대미술의 시작이고, 이 중심에 바로 세잔이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미술 세계관을 이해하기 시작한 당시 인상파 기득권 모네, 르느와르, 드가,
피사로 등은 세잔의 그림을 수집하기 위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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