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아~멘 소리가 사라졌다 [2]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09-12-08 10:39:30    조회: 1,305회    댓글: 2
언제부턴가 우리 교회에서 아멘 소리가 사라졌다.

원래 우리 교회의 대부분 성도들은 찬양할 때 손을 높이 올리거나,
기도할 때 목소리 높여 통성 기도를 하거나,
설교 시 큰 소리로 아멘하면서 화답하는 체질이 아닌 것 같다.

나 또한 그렇게 하기에는 쑥스럽기도 하고 계면쩍기도 하여
오히려 조용히 찬양하고 설교를 듣는 것이 편한 편이다.


몇 년 전 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언제부턴가 예배 시 뒤쪽 어디선가 갑자기 아~멘 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좀 거부반응도 있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설교에 집중되지 않기도 하였다. 
어떤 열혈 성도가 그런 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내는가 싶어서 그 목소리를 따라 가보니
연세 지긋한 할머니께서 찬양할 때부터 시작하여 설교시 또 마지막 축도가 끝날 때까지
두 손 들고 아~멘 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 그 아멘 권사님 주변에 있는 성도들은 아무리 졸음이 와도
그 아~멘 소리에 꼼짝없이 눈이 떠질 수 밖에 없었으리라.


매주 반복되는 아~멘 소리가 언젠가부터 나의 집중력을 흐리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양념처럼,
건조한 노래에 구성진 가락의 추렴처럼 정겹게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 아~멘이라는 소리도 딱 끊어서 외치는 한 음조의 아멘이 아니라
찬양의 템포나 설교의 음색에 맞는 음정과 박자로 이루어지는 구성진 멜로디였다.

그 아~멘 소리는 아무도 흉내 내거나 따라할 수 없는 그 권사님만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몇 년 전 수양회 레크레이션 시간에는
내가 이 아멘 권사님이 과연 예배시 얼마나 많은 아멘을 외치는지 퀴즈를 내기도 하였지 않은가? (그 퀴즈를 내기 위하여 8월 내내 4주 연속 아멘 회수를 일일이 셀려 보았더니
예배시 평균 29회의 아멘 소리가 들렸었다.)


그런데 그 아멘 소리가 들리지 않더니 당연히 그 권사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예배를 빠지셨나 생각했는데 연속 3주를 나오지 않기에
누군가에게 물어보았더니 예전에 다니던 교회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참 아쉬웠다. 

그저 눈인사만 하고 그 분과 따로 얘기를 나누지는 못하였지만,
그 구성진 아~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니 이미 그 멜로디에 익숙해져버린 나의 귀에는,
이제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 권사님의 아~멘 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진한 여운은 우리의 가슴 가슴 속으로 들어와
깊은 마음에서 화답하는 아~멘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아울러 어느 교회를 가셨든지 간에 항상 하나님을 경배하는 그 아멘 권사님!

예배당에 퍼져나는 그 권사님의 아~멘 소리가 이 세상의 울림이 되는,

하나님의 제자로 여생을 살아가리라 기원해본다.

댓글목록

작성자:     작성일시:

벌써 아~멘 소리가 사라진지도 한참 된 것 같은데, 아직 권사님의 빈 자리가 느껴지네요. . . 하지만 권사님의 자녀들이 느꼈을 빈 자리가 채워진 것을 더욱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교회에 오셔서 아~멘의 타이밍에 상당한 분별력까지 갖추게 되신 권사님, 어디에 가시든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