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학교도 들어가기 전 6살 무렵이었지만 다행이 어머니의 정성으로 구구단을 다 외웠었지요. 무턱대고 하루에 2단, 다음날은 3단 4단…그렇게 구구단을 다 외웠습니다. 어느날 아버지는 저에게 몇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제 대답을 들으신후 곧바로 주산학원에 데려가시더군요.
주산학원은 예비군 훈련소가 바로 앞에 보이는 곳에 있는 예비군 훈련소 소장 부인이 경영하는 곳이었습니다. 다소 뚱뚱해보였던 그 부인이 아버지께 여쭈었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얘가 구구단은 다 외우는데 활용할 줄을 몰라요.”
그랬습니다. 이 오 십 하면서 구구단은 외우는데 한사람이 사과 두개씩 다섯명이 있으면 사과가 몇개냐 하면 아직도 덧셈으로 두개 두개 두개 두개 두개 해서 열개 하고 대답하는 저를 보시고 아버지는 저를 그곳으로 데려가셨던 것입니다.
어찌보면 아직도 저는 활용할 줄 모르는 지식들을 외우는데만 급급하고 안달하고 있습니다. 성경 무슨 장에 누가 무슨 말을 했고 예수님이 어디서 무슨 기적을 일으키고 이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게 무엇이고 주절주절주절…
물론 외우지 않으면 아예 그 생각의 시작조차도 못하겠지만 이젠 “단순암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 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적용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의미없는 구구단만 주절주절 나불대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성경을 배우고 열심히 외우고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암기하고 나름대로 정리하고 하였지만, 실상 그것이 머릿속에만 눌러있는 죽어있는 구구단이 었음을 시인합니다. 멀리 거창하게 나가지 않더라도 내 주변 성도들에게 조차도 예수님 가르침의 배움의 일부분도 나누지 못하고 아직도 세상 사는 이치 그대로 두개 두개 하며 더하며 오늘도 살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버지는 저를 이끄시어 세상에 내보내십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말입니다.
“성경은 다 외우는데 활용할 줄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