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5]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07-01-07 22:23:14    조회: 3,677회    댓글: 5
=============================================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

 

인사동의 정말 단칸방만한 조그만 찻집, '귀천'을 아시는지요.

'귀천'이라는 시를 쓴, 몸은 육체적 고통속에 괴로웠지만,
마음만은 시를 쓸만큼 자유로웟던, 천상병 시인.
그의 부인이 운영하는, 그의 시제를 딴 '귀천'이라는 찻집.

고3 때, 대입시험을 끝내고, 추운 겨울에 딱 한 번 가보구,
그 뒤로는 가보지 않았지만...

돌아보면 그 당시에도 여러가지 미래를 머릿속에 그려놓구,
'내가 하고싶은 일'로 미래에 대한 계획이 가득찼었떠랬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내가 하고싶은 것' 이 꼭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조금은 섭섭한 마음을 가진 ^^

 아직도 나 자신을 포기하지 못한 내 모습.

교회에서도 피리를 불었다가, 아이들 가르쳤다가,
'어떤 사역으로 내가 쓰임을 받을까...'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싶은데...'
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인턴쉽 6개월중,
3개월은, Joyce 전도사님과 함께,
Joyce 전도사님께 많은 것을 배우며
'과연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어리버리하게 시간을 보냈고,
Joyce 전도사님이 선교하러 떠나신 후에는,
제게 남겨진 아이들의 조금은 낯설고 알수없는 시선들과
3개월 동안 엎치락 뒷치락,
그리고 지난 2개월은 Mona 사모님의 지도하에,
알 수 없었던 교육부 사역에 대한 밑그림들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은 아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정말 내가 한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솔직히 아이들 사역은 정말 내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분 말 맞다나 "우리 아이도 힘든데, 남의 아이를.."
 
오히려 지금 제가 있는 위치는, 내가 바랬던 그 곳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정말 막막했던 그 길들을, 기대치도 않았던 순간들을,
정말 바람과 같이 뚫고 온 , 그 후의 어떤 곳입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포기할줄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좋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까...아이들을 보면서 배웁니다.
 

미흡한 부분이 많았는데도,
또 다시 이렇게 어린이 사역의 기회를 주시니.
저는 다시 바람처럼 알 수 없는 길을 따라 가야할 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원했던 그곳에는 '비로소' 조차 다가서지 못한채,

 하지만, 오히려, 막막했던 곳에, 알 수 없었던 곳에 길을 내주심에,
이곳에서 내가 몰랐던 아이들의 감기 바이러스와
행복 바이러스를 동시에 온 몸에 흠뻑 묻힌채.

사통팔달, 그 길은 오로지 성령의 바람만이 인도하시는 길임을..
그저 기도해보면서 말입니다...


에이츄 ....

댓글목록

작성자:     작성일시:

  저는 문학과 특히 시와는 거리가 좀 먼 사람인데 소정 전도사님 글을 읽으니 시와 간증을 조화시켜 더 큰 감동을 주시네요 ^^
전 요즘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를 좀 더 묵상하면서 제가 원하는것을 잘 포장해서
그의 나라와 그의 의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는데... 그리고
멍에를 내려놓을뿐만 아니라 십자가 마저 내려놓거나 멍에를 지고 십자가를 졌다고 착각에 빠지기도하고..
전도사님 십자가를 지시고 바람 같이 인도하시는 성령님께 순종하시는 모습이 도전이 됩니다.
물론 이 좋은 글 못 지우게 하고자하는 의도로 리플 달기도 하지만 ㅋㅋㅋ

에이츄...  저와 기쁨의 교회에 이 바이러스가 전염되기를 기대하며...

작성자:     작성일시:

  일단 질문에 답부터 하고... 인사동의 조그마한 찻집,
"귀천"을 알지요. 몇년전 한국방문때 떠돌다 떠돌다
작은 쉼을 가진 곳이 그 쪼그만 찻집이었지요. 많은
문인들의 자취를 더듬으며 행복했던 그 찻집...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오늘은 조용필의 노래, "그 겨울의 그 찻집" 도 생각나네요. 
 

           
 

작성자:     작성일시:

  저도 문학과는 거리가 멉니다.진짜 문학하시는 이모 전도사님이나
위에 답글다신 박모집사님이 보시면 우습죠 :)

"귀천"은 제가 고3일때 여자애들이, 대입시험 끝나면 교과서에 나온 시인 추억 되새긴다고
시험끝난 기념으로 놀러가는 어찌보면 아주 유치한...하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죠.. :)

인사동엔 참 이쁜 찻집들이 많습니다.새가 날아다니는 전통 찻집도 있는데...
뜨듯~한 모과차 한잔과, 떡을 먹다보면 머리위로 후루룩새가 날아다니다가, 어쩔땐 찔끔 새똥도 질기고 ^_^

이렇게 날이 추운 겨울에는...꼭 인사동을 가야하는데.인사동 길거리에 점장이 아저씨하고두 인사해야하구:)
인사동 바로 옆 종로 악기 상가에서 조그만 플룻가게를 운영하시는 할아버지도 보구싶구.
오늘따라 무척이나 인사동이 그립네요..

작성자:     작성일시:

  세종로에서 10여년  쓸고 다녔는데도  귀천은 고사하고 인사동도 감이 안 잡히네요.치매인가요 ? ㅋㅋㅋ
감기 바이러스는 이미 많은 교인들에게 감염되었사오니행복 바이러스에나 감염되시와요   
사통 팔달 우리들이 흘러갈 삶의 길에서........

작성자:     작성일시:

  집사님~당치도 않는 소리를!
이렇게 선명하고 분명하시면서! ^______^
애들용 감기가 걸려서 행복합니다.
애들이랑 있다보니 애들 감기가 걸려서,,
애들 처럼 콧물이 질질 ... ^____^ 흐흣...
그래도 이렇게 행복하다니...
감기가 아닌 행복 바이러스 맞는 것 같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