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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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의 정말 단칸방만한 조그만 찻집, '귀천'을 아시는지요.
'귀천'이라는 시를 쓴, 몸은 육체적 고통속에 괴로웠지만,
마음만은 시를 쓸만큼 자유로웟던, 천상병 시인.
그의 부인이 운영하는, 그의 시제를 딴 '귀천'이라는 찻집.
고3 때, 대입시험을 끝내고, 추운 겨울에 딱 한 번 가보구,
그 뒤로는 가보지 않았지만...
돌아보면 그 당시에도 여러가지 미래를 머릿속에 그려놓구,
'내가 하고싶은 일'로 미래에 대한 계획이 가득찼었떠랬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내가 하고싶은 것' 이 꼭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조금은 섭섭한 마음을 가진 ^^
아직도 나 자신을 포기하지 못한 내 모습.
교회에서도 피리를 불었다가, 아이들 가르쳤다가,
'어떤 사역으로 내가 쓰임을 받을까...'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싶은데...'
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인턴쉽 6개월중,
3개월은, Joyce 전도사님과 함께,
Joyce 전도사님께 많은 것을 배우며
'과연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어리버리하게 시간을 보냈고,
Joyce 전도사님이 선교하러 떠나신 후에는,
제게 남겨진 아이들의 조금은 낯설고 알수없는 시선들과
3개월 동안 엎치락 뒷치락,
그리고 지난 2개월은 Mona 사모님의 지도하에,
알 수 없었던 교육부 사역에 대한 밑그림들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은 아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정말 내가 한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솔직히 아이들 사역은 정말 내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분 말 맞다나 "우리 아이도 힘든데, 남의 아이를.."
오히려 지금 제가 있는 위치는, 내가 바랬던 그 곳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정말 막막했던 그 길들을, 기대치도 않았던 순간들을,
정말 바람과 같이 뚫고 온 , 그 후의 어떤 곳입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포기할줄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좋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까...아이들을 보면서 배웁니다.
미흡한 부분이 많았는데도,
또 다시 이렇게 어린이 사역의 기회를 주시니.
저는 다시 바람처럼 알 수 없는 길을 따라 가야할 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원했던 그곳에는 '비로소' 조차 다가서지 못한채,
하지만, 오히려, 막막했던 곳에, 알 수 없었던 곳에 길을 내주심에,
이곳에서 내가 몰랐던 아이들의 감기 바이러스와
행복 바이러스를 동시에 온 몸에 흠뻑 묻힌채.
사통팔달, 그 길은 오로지 성령의 바람만이 인도하시는 길임을..
그저 기도해보면서 말입니다...
에이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