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허공을 뚫고
흑암의 땅에 내려앉았다.
아담과 이브로 시작되는 인재로
인간의 탄생을 두려워하는
자연의 슬픈 떨림
창조의 그늘에 살고 싶은
우리는
창세기로부터 밀려나
얼어붙은
겨울을 지고 가는
한량한 나그네
음울한 안개에 묻어나는 아픔으로
더 멀어진 세월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무등 탄 먹구름이 되여
맺힌 눈물을
하얗게 떨 군다.
인간의 떨림
겨울 나그네
으스스한 저녁에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연주 되었다. 100년이 넘는 건물 내부 구조와 낙엽으로 치장한 예배당의 분위기는 자못 겨울 나그네들의 집회가 되기에 충분했다. 행사를 주선한 관계자들에게 먼저 감사를 전하고 싶다.
나는 음악에 대하여는 무뢰한 이다. 이날 슈베르트의 작품이 대체로 인간의 아픔과 고독,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내포한 곡이란 것을 훗날 알게 되었다. 모노 드라마를 통하여 즉석에서 잘 감상 할 수 있었다면 참 좋을 것을.....
그러나 성악가 조규희씨의 우렁차면서도 한편 아픔으로 흐느끼는 뜻한 그 음성, 노래하는 애절한 그 표정들로도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보다는 슬픔으로 이끌어 가기에 충분하였다.
겨울은 추운계절이다. 그 떨림은 추워서 뿐 아니라 심한 분노일 경우에도 일어나는 육체의 반응이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겨울은 음울하고 소침하며 쓸쓸하고 외로움이 넘치는 계절이라 느낀다.
나 또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간의 떨림으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외적이고 감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악한 성품과 죄 된 속성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부끄럽게도 언어 표현의 한계를 절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