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이 1년을 보내며 [3]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09-09-28 15:42:21    조회: 1,510회    댓글: 3

올해는 나의 교회생활에서는 좀 의미있는 한 해였다.
사랑방 모임에서 섬김이 역할을 하였는데 어제 드디어 마지막 모임을 가짐으로써 나의 역할이 끝났다.
섬김이가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섬김이라는 title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나의 신앙생활에서  내가 처음으로 그 역할을 해냈다는 것이 나의 신앙생활사에 있어서 하나의 사건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작년 10월경에 담임 목사님이 나에게 한 사랑방을 맡아서 leader의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 혹은 권유를 받았을 때, 처음에는 당연히 주저하였었다. 
내가 어떻게 사랑방 식구들의 영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는가?
지금도 그렇지만 다른이들과 비교하거나 스스로 자신을 판단해보건데 신앙적으로 너무나 미숙한 상태이고 또 성경적인 지식도 많이 모자라는, 겨우 초신자 수준을 갓넘어온 신자정도의 수준인데 어떻게 내가 신앙생활의 한 그룹을 인도한단 말인가? 
그래도 그런 역할을 통하여 나의 신앙생활도 새로운 계기로 발전될 수도 있고 또 그동안 교회 일(행사 기획 및 진행)을 하던 것처럼 그렇게 하면 된다는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기에 맡기는 맡았었다.


교회 생활 중에서 사랑방 모임이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예배시간에 담임목사의 설교는 하나님이 주시는 선포로서 교인들에게는 영적 각성을 일으키는 주입식이라면 그런 말씀을 어떻게 각자가 해석하고 어떻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서로의 느낌이나 다짐을 나누는 것이 사랑방 모임의 주요한 역할이리라.
또 한편으로는 수백명이 되는 그 많은 교인들을 다 알거나 친하게 지낼 수 없는 한계가 있기에 이 소그룹 사랑방 모임의 구성원들끼리 친교도 하고 이런 저런 생활속의 얘기도 나누면서 동류의식을 갖게 되며 또 새로이 교회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이 사랑방을 통해서 교회에 대한 친밀감 혹은 그 교회의 특징을 알 수 있기도 하기에 큰 교회라는 집의 단단한 기둥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비판적으로 보자면 어떤 사랑방의 스타일에 따라서 교회가 추구하는 방향과 살짝 비켜나갈 수도 있고 또 소위 똘똘뭉침의 분파주의에 빠져버리면 '우리 사랑방'만이라는 단단한 하나의 벽을 만들 수도 있다.
즉, 목회자가 지도하는 것이 중앙정부의 역할이라면 이 사랑방은 하나의 지방자치단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어떤 사랑방의 경우 아주 잘 단합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사랑방의 경우 그 사랑방내의 구성원끼리 인간적인 문제가 생겨 결국 교회마저 옮겨버리는 최악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사랑방의 leader가 어떻게 끌고 나가느냐에 따라 교회가 추구하는 방향에 순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나는 우리 교회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여러가지 이유 중에서 하나는 진정한 의미에 맞는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랑방 모임이라는 이름도 구역이라는 딱딱한 것보다는 더 정답지 않은가? 
또 구역장이라는 것보다는 섬김이라고 부르는 것 또한 그 이름에 진정한 뜻이 내포되어 있기에
내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본다.

즉, 구역장이라고 했다면 내가 신앙적으로나 신학적인 지식으로나  많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앞서겠지만 섬김이라고 한다면 그저 사랑방 구성원들이 좋은 시간을 갖고 좋은 말씀을 나눌 수 있도록 섬긴다는 자세로, 진행하는 역할에 충실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생각하니 한번 멋지게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작년 11월 첫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각 가정에 설문 조사를 하였다. 
별 것 아니지만 몇 시에 만나고, 음식은 누가 하고, 모임 시간은 어느 정도가 좋겠냐는 질문에 대한 공통된 의견을 취합하고 모임 장소 또한 미리 순서를 정하였다.
(어떤 가정의 경우 부모님의 행사와 중복될 수도 있고 또 특별한 일이 있기도 하고)

그리고 모임이 있는 주의 월요일이나 화요일에는 꼭 모임 안내 편지를 발송하였다. (물론 모이는 장소의 약도와 함께) 처음이니깐 모임 진행의 스케줄도 미리 정하고 또 식사 기도와 시작 기도도 모든 구성원들이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것으로 순서를 만들었다.

주로 여자분들이 식사기도를 함으로써 함께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과일과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찬양을 하고 (이 찬양 또한 미리 곡을 선정하여 찬송가 보다는 복음성가 위주로 선정하였다.)
남자분의 시작기도로 모임이 시작되었다.  
먼저 간단한 광고를 하고 다음 모임의 장소와 기도 순서를 알려드리고

본격적인 말씀을 나누기 전에 먼저 각 가정별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누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당일 설교 말씀을 위주로 몇가지 질문 내용을 토대로 각자의 생각을 개진하는 시간에는
(사실 이 시간이 제일 어렵다.)

누구나 먼저 입을 열기가 쉽지 않기에 섬김이인 내가 설교시간에 느꼈던 것들 중 간단히 메모한 것을 먼저 얘기하면서 운을 떼는 것이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얘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되, 어떤 한 사람이 너무 오래동안 얘기하거나, 약간 주제와 벗어난 얘기를 하더라도 조금은 참고 들어주면서 중간 중간 추렴을 하여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유도하고, 또 한마디도 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부추키면서,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말씀 share가 끝나면 각 각정의 기도 제목을 나누고 (이것도 미리 각 가정에 연락하여 필요한 기도 제목을 준비해달라고 하였었다.) 그 가정을 위하여 길게 하지는 못하지만 다같이 기도를 하고 마지막으로 교회의 이슈에 대해 각자가 기도하다가, 내가 미리 준비한 마무리 기도로 모임을 마치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섬김이를 하기 전에는 '내가 무슨 기도를?'  '내가 뭐 특별히 느끼는 것이 있다고?' 하면서 사실 좀 수동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할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래도 책임을 갖게되니 내가 먼저 솔선수범을 하되 절대로 가르치는 자세가 아니라 (다행스럽게도 내가 가르칠만한 수준에 있지도 않았고) 함께 해나가는 식의 진행을 이끌었었다.
 

어제 마지막 섬김이 모임에서 소위 논술시험의 주제로 선정한
"사랑방 모임을 통해 나의 영적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에 대해
각자 1년간 함께 하면서 느꼈던 점, 다른 식구의 얘기를 통해 자극을 받고 도전을 받았다는 것,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고
나 또한 그동안 이 사랑방을 진행하면서 영적으로 발전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변화되었고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를 하였다.  
사실 사랑방 모임 안내 편지를 작성하는 월요일 두어시간, 또 수요일 양육자 모임을 토대로
토요일 혼자서 사랑방 모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당일 마무리 기도문을 작성하면서 내가 생각해도 신실한 시간을 가졌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신실"한 시간만으로 운영한다면 친교라는 한 특성을 놓칠 수 있기에
내가 가장 자신하는 "재미"도 당연히 곁들였었다.

그래서 우리 사랑방 슬로건을 "신실하고도 재미있는 사랑방"이라고 이 섬김이가 독단적으로 정하고는 나름대로는 그 취지에 맞게 최선을 다하였다고 자부한다. 
작년말에는 간단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면서 부부 금슬 앙케이트를 통한 퀴즈도 하고
각 가정별 2008년 5대 뉴스도 만들어보고
연초에는 가정에서 바라는 올해의 소원도 함께 나누어 보았다.

또 내가 보내는 안내편지를 기다림 속에서 받아보는 즐거움을 주기 위하여
중간 중간에 우리 사랑방 식구들의 사진을 합성하여 재미있는 추억거리로 만들기도 하고
사랑방 모임 1년 과정을 마치기 전에는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cross word 맞추기 퀴즈 시합을 함으로써 또 하나의 사랑방 특유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문제를 풀면서 함박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였었다. 

어쩌면 이 사랑방 섬김이를 통하여 내가 하면 이렇게 한번 해보겠는데라고 막연히 생각하였던 것이 실제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어가는 성취감도 느꼈었다.
 

이제 섬김이의 역할을 마치면서 다시 섬김원의 자세로 돌아가야한다.

내년에는 교회의 방침에 따라 그런 역할을 하지 않겠지만 이번에는 내 자신에 충실한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읽다가 말다가 한 기독교 서적을 착실히 읽어가면서 생각하는 기독교인으로 자신을 만들어보고
성경도 꾸준하게 읽으며 성경적인 지식과 함께 그 속에 있는 진리를 알아가는 영적인 기쁨도 한번 누려보고 싶다.
이게 말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올해 섬김이로서 보낸 시간을,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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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본을 보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방 섬김이를 1년 밖에 안하시고  한해 휴무를 해야하는 특별한 상황이 아쉽네요. 지난 3년 팀장으로 또는 섬김이로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작성자:     작성일시:

윗 글의 느낌은 흡사...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제갈공명이 쓴 그 유명한 '출사표' 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가 맞지 않아 천하통일은 이루지 못했지만, 주어진 시대에 최고로 승전보를 울린
제갈공명 같은 유집사님 덕에 너무 재미있었던 일년이었습니다.  텔렌트를 최대한
발휘하셔서 개인의 다양성을 늘 positive 한 쪽으로 이끌어 주신 우리 섬김이 최고 !

작성자:     작성일시:

바빠서 뒤늦게 이 글을 읽었어요.
읽고난 느낌은 영적인 시원함이라고 할까요.
하나님의 기쁨이 집사님으로 말미암아 가득하셨을 것 같네요.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시는 집사님의 모습에서 늘 은혜를 받습니다.
여호와 닛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