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 후배가 꼭 패스하게
해 달라고 기도부탁을 했다. 애타는 그의 마음에 내가 한말은 ..
".. 붙는 것도 그분의 뜻이고, 떨어지는 것도 그분의 뜻이고..."
순간 이 후배의 마음에 뻥.. 하고 구멍이 뚤리는 소리가 들렸다.
쉽게 말해서 산통 깨진다고나 할까... 얼굴에 비치는 실망스런
표정이 고맙다고 말하기보다는 원망의 눈초리가 느껴지는 듯..
마음의 구멍... 살면서 우리의 마음엔 무수한 구멍이 만들어 지는
것 같다. 우리가 마음속 깊이 담아 두어야 할 것들은 알게모르게
다 빠져나가고 흉하게 남은 찌꺼기들의 잔재들..
얼마전부터 난 다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미술에
대한 열심을 다시 내기 시작했다. 기본적 이론부터 다시. 내 마음속의
구멍과 허함을 매꾸는 첫번째 몸짓이다.
언젠가 비슷한 글을 쓰면서 이런 경우 내 마음속의 구멍을 매꾸는
유일한 길은 '복음'이라고 쓴 기억이 있다... 마치 patch 처럼 구멍을
매꾸는 수단.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복음을 근사하게 포장한 싸구려
제품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손에 잡히는
복음, 그것이 나타날때 비로소 그 구멍이 매꿔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