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스스로 작은 예수 돼라" 강조한 시대의 목자
"신앙과 삶 일치해야" '제자훈련' 전파 한평생
12명 신도가 2만명으로…'개신교 지도자'로 존경
2일 세상을 떠난 서울 사랑의교회 옥한흠(玉漢欽·72) 원로목사는 한국 개신교계에 '제자훈련'이라는 평신도교육 프로그램을 전파하고, 개신교계의 갱신과 연합운동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목회자였다.1938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옥 목사는 성균관대 영문학과와 총신대 신 학대학원, 미국 칼빈신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목사안수를 받고, 1978년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옥 목사의 지론은 "목회자 그리고 교회와 신자가 사회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자훈련은 평신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가 교회에서 자신의 지론을 실현하는 목회방식이었다. 그는 "제자훈련이란 성도(聖徒)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을 닮아 작은 예수가 되려고 노력하도록 만드는 것" "신앙과 삶이 일치되는 신자로 교육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 ▲ 옥한흠 목사가 2007년 7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설교하던 모습. /사랑의교회 제공
예배 참석 외에 공부와 훈련을 강조한 옥 목사의 새로운 목회방식은 커다란 호응을 얻어 12명으로 시작한 교회가 그가 은퇴할 무렵 신도가 2만여 명으로 늘었고, '제자훈련'은 교회와 교단을 넘어 개신교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교회의 담임목회자와 선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는 85기(期)에 걸쳐 1만8380명을 배출했으며, 저서 '평신도를 깨운다'는 99쇄가 인쇄·판매돼 개신교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옥 목사는 목회자를 중심으로 개신교계의 연합과 갱신운동에도 앞장섰다.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1996년 창립)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1998년 창립)를 이끌면서 개신교계를 바로잡기 위해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옥한흠 목사는 2003년 개신교계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교회 목회자들의 일반적인 정년(70세)을 5년 남겨둔 상태에서 조기은퇴하고 오정현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겼기 때문이다. 대형교회의 목회자 세습 문제가 논란이 되던 때였기 때문에 옥 목사의 결단은 한층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개 별 교회 중심인 개신교계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폭넓은 활동 때문에 옥한흠 목사는 교계의 정신적 지도자로 부상했다. 그는 2005년 CBS기독교방송이 신학대 교수, 목회자, 평신도 등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또 2004년 부활절연합예배, 20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 등 초대형 개신교 연합집회에 설교자로 초빙됐다.
옥한흠 목사는 스스로 "진을 빼는 사역"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매진한 제자훈련과 40여권의 책을 참고할 정도로 철저했던 주일예배 설교 준비 등으로 몸을 혹사해 위염과 불면증을 달고 살았으며, 2006년 폐암이 발병해 투병해 왔다. 옥 목사는 지난 4월 조선일보와의 부활절 인터뷰에서 "저는 죽음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염두에 두고 산다"며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기도의 빚을 지고 있고, 주변의 모든 이에게 기도의 빚을 되갚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김영순씨와 성호·승훈·성수 등 3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고, 발인예배는 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열린다. (02)3480-6501~2, 3480-6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