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평안하셨지요? 봄이 올 때 지난 번 소식을 드렸는데 이제 이미 여름도 후반부에 이르렀습니다. 무언가 좀 더 확실해 지고 정착이 되면 소식을 드려야지 하며 미루다 이번 소식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가족 소식:
이번엔 우선 가족 소식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습니다. 지난 번 소식에서 저희 부부가 4월에 약 2주간 미국에 있는 작은 딸을 방문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작은 딸 정혜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막상 방문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멀리 한국에서는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살아온 지난 날을 돌아보며 사역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힘들 때 정혜 옆에 가까이 있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필요하면 사역도 내려놓고 일찍 은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하여튼 저희 부부의 거주지를 정혜 옆으로 옮겨 가까이에서 정혜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지비티와 아릴락의 리더십과 나누었습니다. 사방이 막힌 듯 할 때 좋으신 주님께서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일단 저희 부부가 거처를 정혜 옆으로 옮기되 아릴락 사역은 계속 할 수 있도록 토의가 되었습니다. 제가 아릴락에서 최대한으로 일할 때 1년에 3과목을 가르치게 되는데, 앞으로 매년 3과목을 가르치되 준비는 정혜 옆에서 정혜를 돌보며 하고 일년에 두 번 봄과 겨울에 한국에 나와서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말부터 6월초까지 헬라어 담화분석이란 (New Testament Greek Discourse Analysis) 과목의 IIT로 (Instructor in training) 섬긴 후 6월 22일에 정혜가 있는 미니아폴리스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오래 전 유학생으로 여러 해 살았던 미국이지만 다시 정착하려니 얼마나 어려운지 이제야 책상에 앉아 소식을 적고 있습니다. 힘들었지만 아파트도 구하고 인터넷도 되고 어느 정도 정착이 된 셈입니다. 그렇지만 비자가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첫 선교지인 미얀마에 들어갈 때와 비슷합니다. 미얀마에서는 1년치 집세를 다 내었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1년 계약이지만 돈은1달치 deposit만 내면 되니 그래도 나은 셈입니다. 현재 여행 비자로 있는데 장기 비자로 잘 바꿀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릴락에서의 사역: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12일까지 3주 동안 헬라어 담화 분석 과목의 IIT로 섬겼습니다. IIT란 조교 일을 하면서 그 과목을 잘 공부해서 앞으로 그 과목을 맡아서 가르칠 준비를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67세 되신 Stephen Levinsohn 교수님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물론 선교사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헬라어 성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씨름하는 시간은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는 Stephen 교수님과 함께 나누어서 가르치고 (co-teach) 후년부터는 제가 전담해서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봄 학기에는 “헬라어 담화 분석”과 “신약 석의” (New Testament Exegesis) 두 과목을 가르치게 되고 가을 학기에는 “번역 I” 과목을 가르치게 됩니다. 맡은 과목들을 잘 준비해서 잘 가르칠 수 있기 원합니다.
사랑의 교회에서 보내주는 “목회자 리더십 개발을 위한 편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오늘 받은 편지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주요한 전환기 세 가지”가 있습니다.
• 깨달음의 전환기(20-30대)
• 결정의 전환기(45세 이상)
• 마무리하는 전환기(50대 후반 - 60대 초반)
전환기에 들어선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다간 하나님의 보다 깊고 참된 길 앞에서 샛길을 찾아 선택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많은 독실한 성도들이 전환기에 경로에서 이탈하곤 합니다. 그리고 제자리를 뱅뱅 도는 전환기는 정체되는 시기로, 성장의 중지로, 심지어 믿음의 상실로까지 이어집니다.”
언급된 세 가지 전환기가 저희 부부의 인생과도 잘 맞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20대 후반에 복음을 깨닫고 예수 믿는 사람이 되어 삶의 목표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깨달음의 전환기 이었습니다. 40대 초반에 8년 간의 신학 공부를 마치고 선교사로 나가게 되어 타문화권 사역자로 바뀌었습니다. 결정의 전환기 이었습니다. 50대 중반에 잠시 아릴락에서 섬기기 위해 고국에 돌아와 고향에 정착하는 기분이 들었었습니다. 주위에서도 저희가 포항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하면 지금쯤은 고국에서 일할 나이라는 듯이 고개들을 끄덕이었습니다. 이제 50대 후반에 들어서 “마무리하는 전환기”에 있는 저희가 다시 외국에 나와 정착하려니 다시 나그네 길에 오른 기분입니다. 인생은 믿음으로 걷는 순례의 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마무리하는 전환기” – 그 이름대로 잘 마무리 해야 할텐데…
정혜를 돌보는 것과 아릴락에서 가르치는 것 이 두 가지 모두’ 위의 인용한 글에서 말하는 “하나님 앞에서 참된 길”이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자녀가 우리를 필요로 할 때, 자녀를 잘 돌보고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따라 선교에 헌신한 후배들을 훈련하는 일을 잘 감당해서 정체되지 않고 주 안에서 계속 성장하는 은혜가 있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모두 함께 손을 모아 간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전환기를 이탈하거나 맴돌거나 후퇴하지 않고 오히려 성장하는 귀한 축복의 시기로 만들어가는 은혜가 있기를 구하면서,
대원, 영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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